[기고] 제약사가 지원한 약값, 손보사가 가져가서는 안 돼

김승동 승인 2023.01.19 16:23 의견 0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보험전문변호사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은 아프거나 다쳤을 때 발생하는 실제 의료비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상품명처럼 실손보상형 상품인 것. 실손보험에는 ‘이득금지원칙’이 적용된다. 보험사고 발생으로 가입자(피보험자)가 추가 이득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환자(피보험자)가 돈을 번다면, 치료행위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해서 병원에 갈 수도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보험전문변호사


그런데 이 이득금지원칙을 보험사가 포괄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위험분담금과 관련된 논쟁이다.

위험분담금은 암 등 질환 치료 목적의 고가의 신약에 적용된다. 위험분담금은 약제의 치료효과 및 재정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공급자인 제약사가 분담, 고가의 신약을 국가가 보조(건강보험 급여화)하려는 제도다.

환자가 직접 제약사에 위험분담금 환급 신청을 하면 제약사가 환급금을 지급한다. 다시 말해 약값의 일부를 제약사가 환자에게 지원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위험분담금, 즉 환급금이 실손보험의 이득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일부 보험사의 주장이다. 환자가 약값의 일부를 환급받기 때문에 실제 지출한 의료비만큼만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령 약값이 500만원이고, 이중 200만원을 위험분담금으로 돌려받기 때문에 실제 지출한 의료비는 300만원에 그친다는 논리.

그러나 환자의 입장은 다르다. 해당 상품 약관에는 ‘의료비 중 피보험자(환자)가 부담하는 본인부담분’에 대해서 보상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약값 500만원은 환자가 직접 부담한 비용이다. 약관에 따라 500만원을 전액 보상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제약사가 약값의 일부를 지원한다고 해도 환급금을 신청하는 것은 환자의 선택이다. 즉 환자의 선택해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을 약관에 없는 내용으로 보험사가 가져갈 수 없다는 것. 약관에도 ‘위험분담금을 통해 환급되는 금원을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없다.

과거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국가유공자의 배우자가 국가로부터 의료비를 지원받은 사안에 대해 ‘보험계약 당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원금을 보상범위에서 제외하여야 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봤다. 또 ‘피보험자의 개별적 사정에 의해 발생한 의료비 지원금이 보험회사의 이익이 되는 점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위험분담금도 국가유공자의 의료비 지원과 논리가 유사하다. 하지만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나 분조위의 결정이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위험분담금과 관련 약관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이 없으며, 환자가 부담하는 본인부담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험사가 위험분담금을 제외하고 보험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

만약 위험분담금을 보험사가 가져가는 횡포가 지속된다면 이는 보험사 스스로 약관을 어기는 ‘신의성실의원칙’을 위배하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보험전문변호사

저작권자 ⓒ 뉴스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