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해촉 후 잔여 수수료에 대한 분쟁이 줄어들 전망이다. 보험설계사 해촉 후 잔여 수수료가 자동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배경이다. 수수료가 단순한 보험 모집의 대가가 아니라 계약 유지·관리의 대가를 포함하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하급심이 이를 구분하지 않고 판단한 것은 법리 오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는 2024다321232 채무부존재확인 등 사건에서 원심인 광주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앞서 광주 지역 한 보험대리점업체와 소속 보험설계사 6명은 위촉계약 해지 후 ‘환수 수수료 채무부존재확인’ 및 ‘잔여 수수료 지급’을 둘러싸고 맞소송을 벌였다. 설계사들은 계약 해지 후에도 일정 기간 유지된 보험계약에 대한 수료를 받아야 한다며 본소를 제기했고, 회사 측은 이미 지급한 수수료 중 환수 대상이 있다며 반소를 제기했다.
회사의 내부 영업제규정은 신입사원 400%, 정착사원 450%, 관리자 480%의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익월에 절반가량을 먼저 지급한 뒤 7차월부터 19차월까지 분할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설계사들은 이를 근거로 이미 체결된 보험계약이 유지되는 한 해촉 후에도 잔여 수수료를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원고들의 환수 수수료 부존재확인 청구를 기각하고 회사의 반소를 받아들였다. 반면 2심은 해촉 후에도 계약이 유지되는 한 잔여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설계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수수료 전액을 보험 모집의 대가로 보고, 계약 해지 이후에도 해당 계약이 존속한다면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단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촉계약서와 영업제규정상 설계사의 업무에는 보험계약의 판매중개뿐 아니라 기존 계약의 유지·관리도 포함된다”며 “지급되는 수수료에는 두 업무에 대한 대가가 포함됐을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수수료 지급기준이 ‘사원수당’ 형식으로 규정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 소속으로서 사원 지위를 유지해야만 지급 자격이 인정될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러한 점을 살피지 않고 수수료 전부를 모집의 대가로 단정한 것은 처분문서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은 보험설계사 수수료의 법적 성격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간 해촉 이후 지급되는 잔여 수수료를 놓고 업계에서는 ‘성과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는 입장과 ‘소속 관계 종료로 인한 지급 불가’라는 입장이 맞서왔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수수료의 성격을 단순한 모집 대가로 한정하지 않은 것은 의미가 크다”며 “해촉 후 설계사의 수수료 수급 자격을 둘러싼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향후 위촉계약서 문언 내용과 해석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