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가 하위법령 정비를 목적으로 출범시킨 ‘불합리한 행정입법 개폐 전담 태스크포스(TF)’에서 보험업감독규정의 핵심 쟁점 규정이 검토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해당 규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한도 산정시 ‘취득원가’를 적용하도록 규정해 그간 삼성생명이 그룹 내 계열사 지분을 대규모로 유지할 수 있었던 근거로 지목돼 왔다.
16일 법제처에 따르면 TF는 중점 정비 대상을 ‘법률의 명확한 위임 없이 국민이나 기업에 새로운 의무를 부과한 하위법령’으로 한정할 방침이다. 이에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한도 산정시 적용되는 보험업감독규정 별표의 취득원가 규정은 TF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제처 관계자는 “TF 출범 취지는 법률의 위임 없이 하위법령에서 새로운 의무를 부과한 사례를 발굴하는 것”이라며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 방식을 취득원가로 규정한 보험업감독규정 별표는 단순히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의무를 부과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토 대상 조항이 적지 않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규정까지 검토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보험업감독규정 별표는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과 채권을 보유할 때 한도를 ‘자기자본의 60% 또는 총자산의 3%’로 정한 보험업법 조항의 세부 산정 방식을 규정한다. 현행 규정은 이 비율 산정시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상위법인 보험업법과 시행령에는 이에 대한 위임 근거가 없어 ‘위헌적 행정입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관련기사: 위헌 논란 번지는 보험사 계열사 주식 ‘취득원가’ 감독규정]
특히 해당 조항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문제와도 직결된다. 삼성생명이 수십 년 전 취득한 삼성전자 주식의 원가는 5400억원에 불과하지만, 현재 시가로는 40조원을 크게 웃돈다. 취득원가 기준에서는 총자산의 3% 한도를 충족하지만 시가 기준을 적용하면 한도를 크게 초과하게 된다. 이에 감독규정이 무효로 판단될 경우 삼성생명이 대규모 주식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관련기사: 취득원가 적용한 삼성생명 계열사 지분...감독규정 위헌 논란]
TF 출범 당시 긴장했던 보험업계는 이번 결정으로 한숨 돌린 분위기다. TF가 내세운 입법의 정당성 회복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에서다.
다만 일각에선 이 사안이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입법이 법률의 한계를 넘어선 대표적 사례이므로 제도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조원철 신임 법제처장이 문제로 지적했던 검찰청법 하위법령 역시 이번 TF 검토 대상에서는 제외될 전망이다.
조 처장은 TF 출범 직후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청법 하위법령 등 국민 눈높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사례가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법제처가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TF에서 발굴된 사례를 핵심 과제로 삼아 신속히 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검찰청법 하위법령은 TF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게 법제처 입장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인터뷰만 보면 검찰청법 하위법령도 발굴 대상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단순히 질문에 대한 답변일 뿐”이라며 “검찰청법 하위법령 역시 TF 발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에서는 보험업감독규정의 취득원가 기준을 바로잡기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시가 기준으로 전환하고, 초과분은 5년 내 해소하도록 규정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상당수를 매각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법인세 부담과 계약자 배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