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비급여 관리...'제도'만 있고 '제재'는 없다
"실손보험금 누수, 이유 있었네"...병원도 보건소도 제 역할 안 해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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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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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이 제공하는 거짓 비급여 정보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각 의료기관에 시정하도록 요청 중이지만 역부족이란 평가다. 의료기관에 의한 자정작용을 기대하기보다는 비급여에 대한 통제 강화가 급선무라는 주장이 나온다.
19일 심평원에 따르면 도수치료 진료비를 공개한 서울 지역 병원급 의료기관은 149곳, 의원급 의료기관은 991곳이다. 도수치료는 손으로 마사지해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물리치료 방법으로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이다. 비급여다 보니 의료기관별 가격이 제각각이다. 주요 실손보험금 누수 항목으로 꼽힌다.
심평원에 진료비를 공개한 병원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심평원 정보와 다른 가격을 게시한 곳이 상당수였다. 직접 전화로 문의하자 두 사이트에 게재된 정보와 전혀 다른 가격을 부르는 곳도 부지기수였다. 가령 30분간 도수치료 비용이 심평원 사이트에는 15만원으로 게재돼 있지만 전화상 답변은 7만원인 식이다.
외래환자를 주로 상대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진료비 비교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의원 다수가 홈페이지 대신 블로그를 운영 중이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블로그에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지 않은 것.
현행 의료법 45조(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에 따르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고지 대상인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를 초기화면 등 찾기 쉬운 곳에 공개해야 한다. 한 화면에 게시할 수 없다면 항목별 나열 기능과 항목명 검색 기능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의료소비자의 알 권리와 의료기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반한다면 시정 명령 대상이다. 불이행 시에는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시정 명령과 과태료 부과는 의료기관이 속한 각 지자체 보건소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취재 결과 제대로 된 관리 및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블로그는 홈페이지가 아닌 플랫폼으로 간주, 의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보건복지부 측 설명이다. 온라인상으로 해당 의원의 비급여 정보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 블로그임에도 불구 법률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관련 법을 통과시킨 취지가 환자 등에게 비급여 정보가 안내되지 않아 민원이 속출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블로그나 SNS는 홈페이지와 달리 고지 의무가 없는 플랫폼에 해당하므로 비급여 진료비를 게재하지 않더라도 시정 명령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블로그에 국한하지 않는다. 병원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상 비급여 정보도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지역 보건소 중에는 관할 병원의 잘못된 비급여 정보 게재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곳이 상당수였다. 이들 보건소는 민원이 제기되고 나서야 해당 병원에 시정을 요청하는 식으로 업무를 처리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관할 의료기관의 홈페이지상 정보가 심평원 정보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자 한 보건소 관계자는 "심평원에서는 급여 사항만 관리할 뿐 비급여 사항은 관리하지 않는다"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심평원 측에 따르면 각 병원은 언제든 심평원 사이트에 게시한 비급여 진료비를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비용과 신고 비용 간 괴리는 이들 병원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 않음을 방증한다. 제도가 마련됐더라도 의무 불이행에 따른 제재 조치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심평원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제도는 2013년부터 시행돼 2017년 전체 병원급으로 확대됐다"며 "그럼에도 진료비 신고 후 수정 반영하지 않는 병원이 상당해 일일이 시정 요청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급에서는 2021년부터 시작해 아직 정착 단계"라며 "특히 지방 의원 중에는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고령의 의원이 많아 제대로 된 신고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모든 의료기관이 비급여 항목별 가격뿐 아니라 진료 규모, 진료 대상 질환, 진료시 실시한 주 수술‧시술의 명칭까지 보고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보고 항목도 2024년까지 1212개로 확대해 전체 비급여 규모의 90%가량을 포괄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의료계 등으로부터 다양한 이견을 취합해왔다"며 "비급여 보고제도의 연내 시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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