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 심평원은 1000만원 병원은 1500만원...비급여 진료비공개 “못 믿겠네”
② 실손보험 손해율악화 주범 ‘비급여’...진료비 “제대로 공개하라”
③ “문제는 가격이야 바보야!”...실손보험 정상화 해법은? |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매년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기사가 있다. 국내 휴양지의 바가지 물가다. 기사에는 한결같이 '한철 장사를 노린 악덕 업주들의 못된 심보'를 비난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바가지 물가는 의료계에도 있다. 같은 치료임에도 많게는 수백만원 이상 비급여 진료비를 부풀린다. 하지만 정작 의료계의 바가지 물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비교군이 없기 때문이다.
휴양지 물가는 비교가 가능하지만 병원들은 정확한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지 않는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제도가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비교 기준이 없으니 가격이 과도한지 아닌지 소비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당연히 비판하기도 어렵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는 애꿎은 실손보험 가입자의 민원을 상대해야 한다. 병원이 청구한 고액 의료비가 실손보험 보험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과도한 의료비 청구시 보험사는 신중한 지급심사를 거치기 마련이다.
비교 기준이 없으니 환자(보험가입자)는 병원을 비판하지 않는다. 대신 보험금 지급 심사를 깐깐이 하는 보험사와 분쟁한다. 의료비 분쟁보다는 보험금 분쟁이 훨씬 자주 회자되는 이유다.
◆한철 장사?...백내장 수술, 가격·건수 동반 하락 이유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입원 치료가 불필요한 백내장 수술에 대해 통원 한도 내에서만 실손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판결로 보험사는 실손보험 입원치료비로 지급하던 백내장 수술비를 통원치료비로 지급하는 심사를 강화했다.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수술 후 받는 보험금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4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비급여 한도는 입원시 5000만원, 통원시 20만원이다.
취재 중 서울의 안과 3곳과 접촉해 백내장 수술시 사용되는 고가의 다초점렌즈(조절성 인공수정체) 가격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얼마나 변했는지 물었다.
3개 의원 모두 보험금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다초점렌즈 가격을 전년보다 크게 낮췄다고 안내했다. A안과는 1500만원대(양안 기준)에서 900만원대로, B안과는 9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내렸다고 밝혔다. C안과도 정확한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가격을 낮췄음을 인정했다.
백내장 수술 건수도 전반적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험사의 실손보험금 청구자료에 따르면 백내장 다초점렌즈 수술 건수는 지난해 3월 9372건에서 같은해 12월 721건으로 92.3%나 줄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전까지 병원들 사이에서 비급여 의료비 부풀리기가 만연했음을 방증한다.
동시에 대법원 판결 이후 백내장 수술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됐음을 의미한다. 비급여 진료비가 의료수요자(환자·실손보험 가입자)와 의료공급자 사이에서 좀 더 공정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실손보험 정상화=의료비 정상화...핵심은 '가격'
"의사가 특정 약제나 시술이 효과가 있다고 했을 때 환자가 이를 거부하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비급여 가격에 대한 비교 정보가 충분치 않으니 진료비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고요. 즉 가격 결정권이 없는 셈이죠."
오랫동안 보험사와 환자, 병원 간 분쟁을 지켜봐온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실손보험 정상화는 의료비 정상화와 사실상 동의어라는 생각이다.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원인과 보험금 부지급으로 인한 민원의 핵심은 '가격'이다. 병원들이 일방적으로 터무니없이 높은 비급여 진료비를 책정해 문제인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비급여 가격부터 쉽게 비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그 본질에 칼날을 들이밀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실손보험 정상화는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금융당국만으로 힘들다면 복건복지부 등이 함께 나서야 한다. 비급여 가격이 정상화될 때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