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발달센터가 발달지연 치료를 한다는 명목으로 정부 지원금과 실손의료보험을 편취하고 있어 도마에 올랐다. 보건당국과 금융당국 모두 불법적인 운영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정부 재원이 누수되는 한편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가 높아진다는 게 관련 업계의 우려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보건복지부 발달재활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지정된 한 발달센터는 병원 산하인 발달클리닉(이하 병원)과 사실상 같은 업체임이 드러났다. 발달센터 영수증으로 실손보험을 청구한 고객이 보험사에 재첨부한 진료기록지에 병원명이 기재되면서 해당 사실이 적발된 것.
즉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치료를 받고 치료비를 실손보험으로 청구한 셈이다. 이는 보험사기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운영하는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에서는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등록기관의 최근 사업실적과 서비스 단가, 제공 인력 등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서 해당 발달센터명을 검색하면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이용자 80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 제공인력도 12~18명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병원이 발달센터로서 운영도 겸하고 있다는 것.
현행법상 의료기관은 발달재활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지정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불법이다. 민간 자격자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가 도마에 오르자 신설된 조항이 배경이다. 장애아동복지법 제21조(발달재활서비스지원)6항4조에 따르면 발달재활서비스 제공기관의 장이나 종사자가 발달재활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애아동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 처벌받은 경우 지자체장이 해당 기관의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앞서 국내 한 보험사는 병원명이 기재된 영수증으로 실손보험을 청구한 고객에게 정확한 심사를 위해 진료기록지를 첨부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고객이 첨부한 진료기록지에는 병원이 아닌 발달센터명이 명기돼 있었다.
즉 당초 발달센터가 제공한 서비스를 병원에서 제공한 것처럼 위조해 실손보험 서류로 내준 것. 의료기관이 아닌 발달센터가 발행한 영수증으로는 실손보험 청구가 불가능하다. 이 같은 행위는 불법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지적한다.
게다가 병원 홈페이지에서는 버젓이 복지부 바우처서비스를 안내하고 있었다. 현재는 해당 카테고리가 삭제된 상태다. 위법 정황을 포착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다수의 고객들로부터 항의를 받으면서 취한 조치로 보인다. 이외에도 사업자번호만 다를 뿐 두 기관의 주소와 연락처가 동일한 점도 불법 정황 의혹을 키웠다.
보험사 관계자는 "해당 발달센터에서 서비스를 받고 실손보험을 청구한 고객들의 영수증에는 모두 병원명이 적혀 있었다"면서 "하지만 진료기록지에서 불법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사실상 의료기관과 발달재활서비스 제공기관을 이중 등록해 운영한 셈"이라며 "보험사와 복지부 재원을 모두 편취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유사 사례로 채증한 기관만 3개, 의심되는 기관도 10여개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사례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발달재활서비스 지원기관 관계자는 "최근 병의원 부설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발달재활서비스 제공기관 지정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면서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복지부와 금융당국은 아직 관련 실태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두 기관의 담당 분야가 상이해 전수조사가 이뤄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법으로 이중 운영하는 기관을 적발하기 위해서는 발달재활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 서비스 제공 내역과 의료기관으로서 진료 내역을 전면 대조해봐야 한다. 하지만 현재 양 기관은 각각의 업무만 관리감독할 뿐 긴밀한 협력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발달재활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등록됐음에도 의료행위를 했다면 발달재활서비스 제공기관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면서도 "해당 기관이 영수증을 조작하면서까지 실손보험을 청구했다면 보험사기에 해당하므로 이는 금융감독원 소관"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허위 영수증으로 실손보험을 청구했다면 보험사기가 의심이 된다"면서 "해당 사례에 대해서는 향후 업계와 당국이 협력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접수된 바로는 해당 사례와 유사한 경우가 없었다"면서 "금감원이 건강보험공단과 협력한 적은 있어도 복지부와 협력해 조사한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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