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종신보험 상품 개편, 누구를 위한 것인가

김승동 승인 2023.08.23 10:47 의견 0

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 경민대학교 국제교육원 교수

비아그라는 협심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오히려 발기부전이 치료된다는 부작용이 부각됐고, 의사와 약사도 발기부전 치료제로 진단·처방하고 있다. 현실에는 이처럼 원래 개발목적과 다른 효용성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품이 적지 않다.

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 경민대학교 국제교육원 교수


종신보험도 마찬가지다. 종신보험은 생명보험사의 대표적인 보장성보험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 판매하는 것을 경계해 왔다.

일례로 지난 2015년 이후 종신보험 관련 유의사항 보도자료 제목을 보자.

▲종신보험 가입시 4대 핵심 유의사항(2015. 02. 11) ▲종신보험 판매과정에서의 불합리한 관행 시정(2016. 10. 11) ▲종신보험 가입시 유의사항(2018. 08. 13) ▲종신보험 갈아타기(종신보험 리모델링) 소비자경보 ‘주의’ 발령(2021. 04. 21) ▲종신보험은 사회초년생의 목돈 마련에 적합하지 않습니다!(2021. 06. 08) ▲체증형 종신보험 가입시 유의하세요!(2021. 08. 25) ▲종신보험 미스터리쇼핑 결과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2023. 02. 26)

종신보험이 저축 컨셉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저금리기조가 배경이다. 시중금리(공시이율) 수준을 적용하는 저축성보험 대비 예정이율을 적용하는 종신보험이 장기투자에 더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즉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의 적용이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해지환급금이 더 많아지는 특징에 기인한다.

결국 지속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했다면 문제가 적거나 없었던 현상이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에서 금리 상승 기조가 반영되어 발생한 우연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종신보험 상품 자체의 문제가 아닌 시장 변화에 따라 효용가치가 달라진 것이 배경이다.

금감원도 이런 내용을 모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26일 보도자료 세부 내용을 보면 종신보험 판매시 반드시 설명해야 할 항목으로 ‘해약환급금’이 명시돼 있다. 또 종신보험을 ‘저축(연금)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 설명 누락할 경우 핵심상품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도 나온다.

아이러니 한 것은 금감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조차 종신보험이 ‘저축(연금) 목적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해약환급금’에 대한 설명 미흡은 설명의무 위반임을 동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망보장을 위한 상품임을 설명하기 위해 저축기능의 해약환급금을 어필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지난 7월 20일 '보험회사의 건전성 악화 및 소비자 피해 우려가 없도록 불합리한 보험상품 구조를 개선하였습니다'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종신보험의 상품 구조 개선을 알렸다. 이에 보험사는 오는 9월부터 5년납, 7년납 등 소위 단기납종신보험은 10년 이내에 환급금이 100%를 넘기지 않도록 변경한다.

금감원은 정말 종신보험 그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일선 보험사에 상품 개선을 지시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종신보험은 불법적으로 개발된 상품이 아니다. 정식으로 인가를 받아 출시된 상품이다. 또 상품 전체를 보고 그 일부의 장점을 가입자가 선택하는 것 역시 소비자의 권리다.

극단적인 예로 담배가 해롭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판매 자체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담뱃값 인상이 예정되어 있을 때도 판촉이나 홍보 확대를 강제하지 않는다. 소비자 선택권 제한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금감원의 상품 구조 개선은 소비자 권리를 제한한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 경민대학교 국제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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