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사고로 실명했는데 재해보험금은 부지급?

김승동 승인 2023.08.18 06:00 의견 0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 A씨는 백내장 수술 전 시력이 0.15로 낮았다. 또 뇌하수체 선종이 존재, 병원은 수술 전에 시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럼에도 A씨는 수술을 받았고, 시력이 0.8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4개월 이후 시력이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더 이상 앞을 보지 못했다. 이 경우 A씨는 재해(상해)사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재해란 우발적인 외래사고를 말한다. 해당 약관상의 구체적인 재해분류표 제29호는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환자의 재난’을 재해로 규정하면서도 ‘진료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사고’를 재해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진료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사고’를 재해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행위는 환자인 피보험자의 동의하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의료과정에서 피보험자가 재해(상해)를 입은 경우를 통상적으로 우발적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의료행위에 진료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이 개입된 경우라면 그러한 의료행위에 대해서까지 동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때문에 진료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사고를 재해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의료행위에 있어서 환자의 동의는 환자가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받고 이루어져야 한다. 환자의 동의는 의료행위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 것이다.

만일 위와 같은 설명 없이 이루어진 의료행위의 경우 비록 형식상으로는 환자의 동의 내지 승낙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동의 내지 승낙이 자유롭고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보험계약 재해분류표 제31호는 ‘처치 당시에는 재난의 언급이 없었으나 환자에게 이상반응이나 후에 합병증을 일으키게 한 외과적 및 내과적 처치’가 명시되어 있다. 즉 합병증이나 이상 반응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가 없는 경우를 재난의 언급이 없었던 경우로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술 등 의료처치 후 환자에게 합병증 등이 발생하면 이를 우발적인 사고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위의 사례인 A씨의 경우도 재해(상해)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대법원은 재해(상해)보험에서 우연한 사고에 대해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한다고 판결(2008다78491)했다.

후유증과 합병증은 의료과실로 인한 경우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경우로 구분된다. 이 중 의료과실로 인한 경우까지 피보험자가 동의한 것은 아니므로 재해에 해당하고, 일반적인 합병증은 통상 설명이 되고 이에 따른 동의가 이루어지므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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