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도 '포기'...KDB생명 인수 가능성 사실상 '제로'

IB 전문가 "고쳐 쓰는 대신 좋은 매물 인수가 효율적"
하나금융 이사회도 부정적 여론 팽배

여지훈 승인 2023.08.24 16:35 의견 0

KDB생명의 다섯 번째 매각 시도가 불발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그룹 내부에서도 부정 여론이 지배적이란 후문이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시장에 나온 다른 매물 대비 매력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이 KDB생명을 인수를 완주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자다. 인수 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 투입이 예상되는 탓이다. 2조원 이상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어야만 금융당국의 건전성 권고치(K-ICS 150% 이상)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이에 하나금융그룹도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사진=KDB생명보험]

IB업계 전문가는 "경과조치를 배제한다고 가정하면 KDB생명의 K-ICS비율을 15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약 1조7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최근 인수가로 거론된 2000억원을 포함하면 총 2조원의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 셈"이라고 짚었다.

이어 "하나금융 이사회 내부에서도 순전히 경영상의 효과만 따졌을 때 KDB생명 인수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큰 것으로 안다"며 "굳이 하자 많은 매물을 사서 비싼 비용을 들여 개보수하기보다는 다른 좋은 매물을 인수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KDB생명은 올해 K-ICS 시행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완충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선택적 경과조치(제도 적용 일시 유예)를 신청한 바 있다. 당시 신청한 항목은 ▲시가평가로 인한 자본 감소분에 대한 경과조치 ▲신규도입위험(장수·해지·사업비·대재해위험) 측정으로 인한 보험위험액에 대한 경과조치 ▲주식위험액 증가분에 대한 경과조치다.

특히 KDB생명은 시가평가로 인한 자본 감소분에 대한 경과조치의 혜택을 크게 받았다는 평이다. 이는 시가평가에 따른 자산 감소 또는 부채 증가 영향(가용자본 감소효과)을 일시에 인식하는 대신 최대 1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경과조치 적용 기한이 제한돼 있는 만큼 향후 K-ICS비율을 금감원 권고치인 150%로 맞추는 과제는 고스란히 새 인수자의 몫이다.

지난해 급작스레 규모가 커진 저축성보험도 부담이다. 지난해 말 KDB생명은 업계 최고 수준(5.95%)의 고정금리로 일시납 저축보험을 판매했다. 이에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가 전년도(603억원) 대비 9배 이상 증가한 5774억원으로 뛰었다.

업계에서는 최소 6%대 중반의 자산운용 수익률을 거둬야 저축성보험에서 마진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향후 저금리 환경 도래시 역마진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보험부채 시가평가에 사용되는 할인율(조정 무위험 관리) 인하에 속도를 내는 것도 변수다. 금감원은 상당수 보험사에서 보험부채가 과소평가된다고 판단, 이달 초 할인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할인율이 낮아지면 보험부채 평가액이 커진다. 이에 자본 확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이러한 위험들을 인지,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 시도가 더 큰 그림을 위한 밑그림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KDB생명 인수는 그룹 차원에서도 부담이 매우 크다"며 "이번 인수전 참여는 향후 더 좋은 매물 인수를 위해 인수합병(M&A) 실사 전반을 익히기 위한 사전연습의 의미가 강하다"고 말했다.

한편, KDB생명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기존 2000억원대로 회자되던 매각가를 최근 1000억원대 초반까지 낮췄다. 2대 주주로 남아 경영 정상화를 돕겠다는 조건 등 매각 성사를 위한 당근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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