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로 보험금 청구했는데...보험금 거절 이유는?
방어 위해 범죄자와 몸다툼...쌍방폭행 된다면 '지급 불가'
충분한 사례 없어 보험사들도 의견 '분분'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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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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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피해자가 보험금을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게 보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방어를 위해 범죄자와 몸싸움을 해 쌍방폭행이 될 경우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례가 늘면서 보험 관련 문의가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묻지마 범죄에 개인이 대비할 수 있는 보험으로는 상해보험과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등이 있다.
상해보험은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 사고로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을시 사망보험금과 후유장해보험금, 의료비, 간병비 등을 보상한다. 실손보험은 병원에 입원하거나 통원하는 경우 실제 발생한 의료비를 보상한다.
하지만 경황이 없는 범죄 현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묻지마 범죄로 상해를 입었더라도 기대와 달리 보험금 수령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
일례로 묻지마 범죄자와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통상 먼저 폭행을 당했더라도 상대방에게 폭행을 가했다면 쌍방폭행이 된다. 쌍방폭행은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 예외적으로 정당방위로 인정된다면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이를 인정받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평가다.
본인 또는 제3자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범죄자가 소지한 흉기보다 더 높은 수위의 방어수단을 이용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폭행을 가한 경우도 과잉방위로 판단돼 보험금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
한 보상 전문 담당자는 "방어자가 과잉방위를 했다면 쌍방폭행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부 정당방위로 판정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형법상 범법행위로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 보험전문 변호사도 "범죄자는 커터칼을 소지했는데 방어자가 높은 수위의 호신용 무기로 대응한다면 과잉방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다만 요즘은 상대방이 묻지마 범죄자임이 밝혀지면 정당방위로 인정받기가 한결 쉬워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법무부장관의 발언도 이 같은 취지"라고 덧붙였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최근 묻지마 범죄 증가로 국민 불안이 심화하자 대검찰청에 정당방위에 대한 폭넓은 적용을 주문한 바 있다.
한 장관은 지난 7일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긴박한 상황에서의 물리력 행사에 대해 경찰과 일반 시민의 정당행위·정당방위 등 위법성 조각 및 양형사유를 적극 검토해 적용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보험업계에서는 묻지마 범죄 관련 보상 사례가 아직 충분치 않아 보험금 지급 여부를 일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별 의견도 분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묻지마 범죄자에 대응해 방어 행동을 하더라도 쌍방폭행으로 인정된다면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제한된다"며 "이 경우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역시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반면 한 보험사 관계자는 "묻지마 폭행으로 상해를 입었을 시 정당방위 여부와 무관하게 실손보험이나 상해보험 모두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보험금 지급은 법적인 판단이 아닌 약관에 의거해 처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약관상 관련 내용이 없더라도 작성자 불이익 원칙에 근거해 보험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모든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단정짓기보다는 사안별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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