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저축보험에 올인...CSM 수익성 '꼴찌'
보장성보험 강화 움직임에 역행...농협생명보다도 비중 20%p 높아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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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5 10:29 | 최종 수정 2023.10.0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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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이 구조적인 수익 부진 늪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보장성보험을 강화한 업계 움직임에 역행, 오히려 저축성보험 의존도를 키운 게 배경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수익성 끌어올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5일 보험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저축성보험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보유 중이다. 올 상반기 교보생명이 거둔 전체 수입보험료(일반계정 기준)는 5조5580억원. 이중 저축성보험(3조42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4.7%다. 지난해 말인 60.9%에 비해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반면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경쟁 보험사의 저축성보험 비중은 ▲삼성생명 41.3%→34.7% ▲한화생명 55.6%→35.4% ▲농협생명 53.3%→35.8% ▲신한라이프 26.5%→15.5%으로 축소됐다. 저축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것.
IFRS17에서 저축성보험은 수익성(CSM)이 낮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보험수익 인식시 저축보험료 등 투자 부문을 제외하고 보장 부문만 반영하도록 변경되면서다. 납입완료 시점에 환급률을 100% 이상으로 설계하도록 한 사업비 규제도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이에 다수의 보험사가 IFRS17에 대비해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려왔다.
CSM(보험계약마진)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통해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는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다. 계약기간이 장기인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 특성상 당기손익 이상으로 집중해서 봐야 할 핵심지표다.
통상 CSM 마진율은 보장성보험이 18~20%, 저축성보험이 5% 미만이다. CSM 마진율은 신계약 체결에 따른 CSM 증가분을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을 보험료의 현재가치로 나눠서 구한다.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을 보험료 총액에서 보험사가 가져가는 이익의 비율인 셈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교보생명의 CSM 마진율은 올 상반기 11.6%로 지난 1분기 9.8%에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른 '빅3'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올 상반기 CSM 마진율은 각각 15.4%, 16.2%였다. 양사의 지난 1분기 CSM 마진율도 각각 14.9% 12.4%로 교보생명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CSM은 올해 1분기부터 공시됐다.
교보생명은 CSM 마진율뿐만 아니라 CSM의 절대 규모 측면에서도 경쟁 생보사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경쟁사 대비 미래에 예상되는 수익이 작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 상반기 신계약 유입으로 증가한 교보생명의 CSM은 6660억원으로 삼성생명(1조8160억원)과 한화생명(1조3590억원)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장기적인 수익 부진은 물론 빅3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염려마저 나오는 이유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사 간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경쟁이 가열되면서 해당 상품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며 "이에 판매 경쟁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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