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유지율' 두 토끼 놓친 교보생명...상반기 CSM 6760억 감소

13회차 유지율 64%...업계 평균보다 16%p 낮아
낮은 유지율 CSM에 악영향...미래 예상 이익 감소할 듯

여지훈 승인 2023.10.05 16:23 의견 0

교보생명의 보험계약 유지율이 주요 생명보험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낮은 유지율은 보험계약마진(CSM)에 악영향을 미친다. 교보생명은 저축성보험 비중도 높아 이중고에 빠진 모양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수익성 확보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보험계약 유지율이 경쟁사 대비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기준 교보생명의 유지율은 13회차·25회차 각각 64.4%, 54.0%였다. 보험계약자 10명 중 4명은 1년 정도 지났을 때 계약을 해지한 셈이다. 그만큼 불완전판매가 많았다는 의미로 업계는 해석한다.

[사진=금융감독원]

반면 경쟁 보험사의 경우 13회차·25회차 유지율은 ▲삼성생명(86.8%/69.3%) ▲한화생명(83.6%/63.3%) ▲농협생명(83.1%/72.1%) ▲신한라이프(83.3%/60.7%) 등이다. 업계 평균 유지율은 13회차·25회차 각각 80.4%, 63.1%를 기록했다. 교보생명은 경쟁 보험사 대비 유지율이 낮은 것은 물론이며, 업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교보생명의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은 경쟁사 대비 높다.[관련 기사: 교보생명 저축보험에 올인...CSM 수익성 '꼴찌'] 이 저축성보험마저도 경쟁사 대비 유지율이 낮은 것. 저축성보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저축보험을 살펴보면 교보생명의 13회차·25회차 유지율은 각각 40.6%와 35.1%였다. 10명 중 6명은 가입 후 1년 이내에 해지한다는 의미다.

다른 보험사의 저축보험 13회차·25회차 유지율을 살펴보면 ▲삼성생명(88.7%/68.1%) ▲한화생명(80.1%/55.4%) ▲농협생명(73.2%/60.5%) ▲신한라이프(72.8%/44.4%) 등이었다. 교보생명의 보험계약 유지·관리 능력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지율은 CSM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CSM은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사가 거둬들일 장래 이익을 현재가치로 평가한 것이다. 계약이 유지돼야 미래 이익이 커진다. 실제 유지율이 예상 유지율보다 낮다면 기대 현금유입액의 감소가 발생한다. 현금유입액 감소는 추정치 변동을 통해 CSM 감소로 이어진다.

교보생명은 올 상반기 추정지 변동으로 CSM이 6760억원 줄었다. 당초 인식한 CSM이 실제 이익으로 전환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간 교보생명은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린 업계 움직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교보생명은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개인보험 신계약 중 저축성보험의 비중(건수 기준)이 22.2%에 달했다. 이는 ▲삼성생명 9.1% ▲한화생명 8.0% ▲농협생명 1.53%▲ 신한라이프 0.81% 대비 현저히 높은 수치다. 그만큼 저축성보험 판매에 적극적이었다는 뜻이다.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 대비 수익성이 낮다. 통상 CSM 마진율은 보장성보험이 18~20%, 저축성보험이 5% 미만이다. 즉 저축성보험의 CSM 마진율이 보장성보험보다 약 15%p 낮은 셈이다. 교보생명으로서는 수익성 낮은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지만 그마저 유지 기간이 짧았던 것.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유지율을 높이는 한편 보장성보험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보험회계 전문가는 "IFRS17에서는 수익성 높은 신계약 판매뿐 아니라 이미 보유한 계약의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며 "보유계약에서 해약이 늘면 CSM이 감소해 신계약으로 증가한 CSM이 이익으로 전환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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