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대물림 막는 신용보험, "상품은 좋은데...판매는 어렵다"

꺾기 규제에 낮은 인지도도 문제..."차주 가입 유인 키워야"

여지훈 승인 2023.09.26 14:56 의견 0

빚 대물림 방지를 막아주는 신용보험이 국내 시장에 안착하려면 규제 완화와 상품 인지도 제도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신용보험은 가계와 대출기관 모두 혜택을 제공한다. 이에 활성화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는 평가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보험 활성화를 위해 대표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일부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시 차주에게 신용보험 가입을 적극 권유할 수 있게 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진=픽사베이]

신용보험은 대출받은 차주가 사망이나 질병 등으로 채무상환 능력에 큰 피해를 입을 경우 보험사가 채무를 상환해주는 보험이다. 이른바 '빚 대신 갚아주는 보험'인 셈. 남은 가족에게 빚을 전가하지 않고 대출기관의 부실채권 관리에도 도움을 주므로 최근 떠오르는 상품 중 하나다. 다만 여러 규제로 인해 활성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금소법 제20조(불공정영업행위의 금지) 1항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상품판매업자는 '꺾기'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꺾기는 대출상품 계약 체결시 고객 의사에 반해 다른 금융상품의 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행위를 말한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제14조(불공정영업행위의 금지)에서는 대출 전·후 1개월 내에 고객에게 다른 금융상품을 권유하는 행위를 꺾기로 규정해 제한하고 있다. 보험료 등 고객이 지급하는 월 지급액이 대출금의 1% 이하인 상품이라면 꺾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고객이 '본인 의사에 반해 계약 체결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으므로 금융기관은 판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꺾기 규제에서 신용보험은 예외로 해야 한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빚 대물림이나 개인신용 하락 방지, 취약차주의 신용보강 등 긍정적 효과가 더 크기 때문. 이미 독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위험관리 수단으로 신용보험이 적극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정안은 지난 7월 법안심사 제1소위 상정을 끝으로 답보 중이다. 최승재 의원실은 "앞서 상정 당시 안건에 대한 설명과 일부 논의만 있었다"며 "곧 국정감사가 있다보니 연말쯤에나 새 법안소위 일정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사일정과 안건에 관한 논의 모두 여야 협의가 있어야 하므로 진행이 더딜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다 해도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우선 금융기관 내 대출-보험 창구의 분리 운영이 그 중 하나다. 보험업법 시행령 제40조(금융기관보험대리점등의 영업기준 등) 5항에서는 금융기관 내에서 보험을 모집하는 이가 대출상품을 취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현재 은행 등에서는 대출창구와 보험창구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다시 말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출창구 직원은 직접 신용보험을 판매할 수 없다는 뜻이다. 보험창구 직원에게 상품 안내를 받도록 권유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창구의 물리적 분리가 소비자 접근성을 가로막는 장애요소가 된다는 분석이다.

신용보험에 대한 낮은 인지도도 문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용보험의 수입보험료는 총 81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2018년 126억원에 비해서도 급감한 수치다. 앞서 외국계 보험사인 메트라이프생명은 2016년 신용보험을 출시, 판매했지만 낮은 인지도와 시장 형성 미흡으로 1년 6개월 만에 중단한 바 있다.

신용보험 시장의 또 다른 주자인 카디프생명도 부침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카디프생명은 신용보험의 낮은 인지도 극복을 위해 판매제휴사(파트너사)를 통해 단체신용보험을 판매 중이다.

단체신용보험은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채무자인 피보험자의 보험료를 대납해주는 형태의 신용보험이다. 국내에서는 보험사가 소비자 경험 확대를 위해 대출기관과 제휴해 단기 프로모션으로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초기에 대출기관이 보험료를 대납해주므로 꺾기 규제에서도 벗어나 있다.

하지만 단체신용보험의 인지도 역시 낮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 보험판매 부서나 대출 관장 부서에서조차 신용보험을 낯설어하는 직원이 많다"면서 "아직은 신용보험에 대한 인지도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꺾기나 창구 분리 운영 등의 규제로 인해 은행이 먼저 보험상품을 취급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제14조(불공정영업행위의 금지) 6항 2호에 따르면 금융상품판매업자는 보장성상품에 관한 계약 체결을 위해 금리우대 등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된다. 다만 피보험자의 사망을 보장하는 신용보험만은 예외다.

하지만 대출 일선에서는 신용보험 가입자를 위한 특혜 제공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부분 은행에서는 신용보험과 연계한 금리우대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판매 채널에서의 규제를 푸는 동시에 금리우대 등 차주의 가입 유인을 키워야 신용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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