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 GA간 싸움 될 것..."시스템·자본력 우수해야 勝"

전통적GA 대 자회사형GA...설계사 지속 성장시킬 '무기' 갖춰야

김승동 승인 2023.09.25 08:23 | 최종 수정 2023.09.25 08:37 의견 0

“앞으로 보험 영업시장은 법인보험대리점(GA, General Agency) 간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원수보험사의 자회사형GA냐 아니면 전통GA인지만 다를 뿐이겠죠.”

향후 보험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에 GA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한 보험사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푸쉬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는 보험영업 특성상 보험설계사의 위상은 여전할 것이지만, 전속설계사의 시대가 저물고 GA로 판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시스템과 자본력의 싸움입니다. 이미 대형화된 전통GA가 현재의 강자라면 미래의 강자는 자본력을 갖춘 자회사형GA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야흐로 GA 전성시대다. 불과 한 세대만의 변화다. 그리고 향후 GA는 한 단계 격상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22년말 기준 GA 소속 설계사수는 약 25만명으로 보험사 소속 전속설계사 약 16만명 대비 9만명 더 많은 수준이다. 영업조직에서 설계사 숫자는 곧 매출을 의미한다. 실제 판매 비중도 GA가 보험사 전속설계사보다 많다. 특히 손해보험의 경우 GA의 판매비중이 전속설계사의 약 2배에 달한다.

[이미지=픽사베이]


GA가 보험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객’이 있다. GA는 다수의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상품을 비교·판매한다. 전속설계사가 한 보험사 상품만 판매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비교해 권할 수 있기에 소비자들이 GA 설계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 GA, 1세대 만에 극적인 발전...성장성 벽 부딪혀

GA는 지난 1996년 독립보험대리점제도 도입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전까지 대리점은 최대 두 개 보험사 상품만 판매가 가능했지만 제도 도입으로 다수의 보험사와 제휴가 가능해졌다. 미국이나 유럽에 본사를 둔 보험사들이 시장진출만 허용하고 실질적인 판매는 제안한다며 보험상품의 유통을 요구한 것이 독립보험대리점제도 도입의 배경이다.

IMF를 거치면서 보험사에서 나온 조직이 초기 GA를 설립했다. 이때 1세대 GA인 KFG, 유퍼스트 등이 태동했다. 이후 인카인슈, 프라임에셋 등도 탄생했다. 1세대 GA는 조용히 뿌리를 내렸지만 당시 시장은 여전히 전속설계사가 주도하고 있었다.

GA가 시장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이후다. 보험사 퇴직자들이 GA로 자리를 옮기며 전문인력이 증가했고, GA도 규모를 키우는 합종연횡이 시작됐다.

보험사도 GA를 통해 경쟁사보다 상품을 많이 판매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에 임차비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보험사의 임차비 지원으로 영업력만 갖추면 GA 설립이 가능해진 셈이다. 덕분에 급격한 성장을 맞이하게 된다.

다만 GA는 신계약을 통한 판매수당 이외에 뚜렷한 수익원을 찾지 못했다는 한계에 부딪힌다. 또 교육을 통한 설계사 개개인의 능률향상 대신 신규 증권을 통한 성장에 기대게 된다.

◆ 조직규모 확대로 성장...설계사 개개인 역량 키워야

최근까지도 GA의 성장 전략은 단지 조직 규모의 확장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화생명의 자회사형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금서)가 대형GA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한 사례다.

2021년 4월 약 2만명의 전속설계사 조직을 운영하는 한화생명이 제판분리를 단행, 자회사형으로 GA시장에 진입했다. 한금서는 출발이 좋지 않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속조직을 뚝 떼어 분리했기 때문에 사실상 조직이 달라진 게 없다. 또 GA이지만 모기업인 한화생명 상품 위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에서 GA 한금서로 이동한 설계사들의 이탈이 줄을 이었다. 이때 한화생명은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면서 규모를 확장했다. 이 규모 확장으로 한화생명 상품 매출을 키운 동시에 GA로써 업계 영향력도 확장했다. 즉 규모를 더 키우는 방법으로 모기업의 매출 확대를 꾀한 셈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질적 성장은 부재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화생명 사례에서 보듯 대부분의 GA는 교육 등을 통해 설계사의 자질을 끌어올리는 대신 증원을 통해 조직규모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영향력을 키웠다. 이 때문에 설계사의 능률이 과거 대비 낮아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험설계사는 복잡한 보험을 소비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 그래서 ‘보험판매자’가 아닌 ‘보험설계사’다. 그러나 최근 일부 설계사는 가입자만 끌어모으는 역할만 한다. 실제 보험상품의 설계는 설계매니저가 하는 식이다. 설계매니저는 상품설계만 전문적으로 하지만 소비자 개인의 특성을 알지 못한다. 이에 대부분의 경우 보험료에만 맞춘 설계를 하는 식이다.


한 고능률 설계사는 “과거에 비해 최근 설계사의 역량이 하향평준화 되었다는 느낌을 적지 않게 받는다”며 “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교육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GA 중심으로 변경되며 교육 횟수 자체가 많이 줄었다”고 안타까워했다.

◆ 설계사 역량 위해 교육·내부시스템 강화해야

양적 성장을 이룩한 GA가 질적으로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투자하는 동시에 내부 시스템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GA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또 다른 GA 관계자는 “일부 GA는 아직도 전산화된 시스템이 아닌 엑셀로 일일이 입력하는 수준”이라며 “특히 여러 GA가 합친 연합형의 경우 아직까지 내부통제 시스템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GA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보험사 대비 걸음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불완전판매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또 GA소속 설계사도 불편하다. 노후화된 전산으로 오류가 발생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즉 GA 내부 시스템이 영업에 집중해야 하는 설계사 지원에 역부족이라는 것.

보험업계 관계자는 “GA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설계사 개개인의 역량이 함께 성숙되어야 한다”며 “교육과 함께 내부 시스템이 받쳐줘야 설계사의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며, 설계사 개개인의 생산성이 GA 성장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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