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 급등에...DGB생명도 RBC 산출 지연 ‘미공시’
1분기 실적발표서...자본확충 결과 반영 늦어져
김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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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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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실적발표를 진행하는 금융지주사 중 일부 보험사가 이례적으로 지급여력비율(RBC)를 공시하지 않아 논란이다. 급등한 시중금리에 대응해 자본확충에 나섰지만, RBC산출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9일 금융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전날인 28일 실적발표를 진행했지만 계열 보험사인 DGB생명의 RBC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22일 실적발표를 진행한 농협금융지주도 계열 보험사인 NH농협생명·손보의 RBC를 제외하고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발표에서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RBC를 제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최근 시장 분위기를 보면 수긍이 간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DGB생명은 올해 1분기 말 95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성증권으로 RBC가 20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다만 발행 확정 후 다시 RBC를 산출하는데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시중금리(국고채 10년물)는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였다. 그러나 지난 2020년 7월 1.36%를 기점으로 시중금리는 상승 추세로 반전, 지난해 말에는 2.19%까지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급등을 시작 3월 말에는 2.78%를 기록했다.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142bp(1bp=0.01%p) 오른 것이다.
보험사는 보유자산 대부분을 안정적인 채권으로 운용한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자산의 80~90%가량을 만기가 긴 장기채권에 투자한다. 그런데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매도가능채권은 대규모 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채권 평가손이 커지면 가용자본이 줄어들고, 가용자본 감소는 RBC 악화로 연결된다. 보험사의 실질은 변함이 없는데 외부 금리 변화로 우량한 보험사가 부실보험사로 인식될 수 있는 것.
이에 DGB생명 등 보험사들은 1분기 말까지 유상증자는 물론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충했다. 급박하게 이뤄진 자본확충으로 실적발표 시기에 정확한 RBC 산출이 쉽지 않았다는 평가다.
DGB생명 관계자는 “RBC 하락을 방어하고 내년 도입 예정인 새국제회계기준(IFRS17)에 선제적 대응을 위해 3월과 4월 각각 9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며 “이에 실적발표 기간에 정확한 RBC 산출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확충한 자본을 적용하면 RBC는 200%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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