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말 못하는 척...발달지연 아동 실손보험 ‘지급 불가’

현대해상, 보상지침 강화 '내부 기준에 반영'
언어 교육 목적으로 학원 대신 병원 직행...실손보험 '줄줄'

김승동 승인 2022.04.28 15:55 | 최종 수정 2022.04.28 15:56 의견 0

# 또래보다 늦게 말을 시작한 자녀를 키우고 있는 A씨. 자녀 발달지연 치료비를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을 통해 청구했다. 그러나 현대해상은 A씨 청구건에 재심사가 필요하다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최근 발달지연과 관련 강화한 보상지침을 보험금 심사기준에 반영했다. 발달지연이 아님에도 어린이집 하원 후 학원 대신 발달지연센터(재활의학과)에 보내는 등 부작용이 커진 탓이다.

발달지연은 또래보다 언어나 행동 발달이 느린 것을 의미한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통상 만2세부터 만7세까지 아동 중 원인 질환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대부분 발달지연센터에서 진료하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KCD) 기준 R코드를 부여한다.

현대해상은 R코드로 인한 실손보험 누수를 줄이기 위해 보험금 청구시 ▲진단서 ▲진료비영수증 및 세부내역서 ▲초진기록지 ▲영유아검진결과지 ▲의무기록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또 과거 F코드로 치료받은 이력이 있다면, R코드로 청구해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발달지연센터와 소아정신과의 협진시 소아정신과에서 발생한 치료비도 면책으로 확정했다. 아울러 자녀의 발달지연 치료비 이외에 부모상담비 등도 보상하지 않기로 했다.

일부 비의료기관인 아동발달센터 등이 병원과 연계해 언어치료를 시행하고 실손의료보험으로 비용 청구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R코드는 원인 질환 확인 전까지 부여하는 임시코드다. 원인 질환이 확인되거나 만7세 이후가 되면 통상 소아정신과에서 진료하게 된다. 이 경우 KCD에서는 선천성뇌질환(Q코드), 정신질환(F코드)로 진단하고 치료한다.

발달지연센터에서 치료 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우선 Q코드나 F코드를 받게 되면 자녀가 성년이 된 이후에도 문제 될 수 있다는 우려심 때문이다. 뇌·정신질환 관련 확진 기록이 남기 때문. 이에 부모는 소아정신과 방문 전에 발달지연센터부터 검진을 시작하는 것. 이 경우 통상 1년 이내다. 발달이 개선되거나 원인 질환을 찾고 소아정신과 치료로 옮겨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하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하원 후 학원 대신 발달지연센터로 보내는 등이다. 발달지연이 해결, 또래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이 되어도 장기치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R코드는 실손보험에서 치료비를 보상한다는 점을 악용하는 셈이다.

보험금 지급 심사가 까다로워지자 소비자는 불만이다. 보상 된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실제 청구하니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는 이유다.

보험사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코로나로 인해 병원의 수입이 줄었고, 감소한 수입을 대체하기 위해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병원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비인후과와 협진하는 발달지연센터가 증가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비인후과는 발달지연과 관계가 없지만, 코로나 시기 매출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일부의 경우 유치원 하원 후 학원 대신 교육 목적으로 발달지연센터에 가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특히 최근 자녀 발달지연과 상관관계가 적은 이비인후과에서 보험금 청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관련 보험지급액은 2017년 50억원에서 지난해 42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는 1분기에만 111억원을 기록했다. R코드로 인한 부작용을 막지 않으면 전체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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