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치수절제술로 인한 수술보험금...더이상 '지급 안 해'

약관상 수술의 정의 부합 여부 논쟁...법원 ‘수술 아니다’

김승동 승인 2022.03.23 14:43 의견 0

# 치아우식(齒牙齲蝕, 충치)증을 앓고 있는 A씨는 식사 도중 치아가 깨지는 사고로 치과를 방문, 치수절제술(齒髓切除術, 신경치료)을 받았다. 이후 가입해둔 상해보험을 통해 수술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수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치수절제술 상해수술비 논란에 대해 법원이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치수절제술은 수술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다.

24일 법조계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2020가소231865)은 보험가입자 A씨가 DB손보,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흥국화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치수절제술은 수술에 해당한다며, 이에 각 보험사는 수술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보험금 청구를 기각했다.


치수는 치아 속 신경과 혈관이 집중된 곳으로, 치수절제술은 치수에 발생한 염증을 제거하는 치료를 뜻한다. 즉 치아는 물론 치수의 일부 혹은 전부를 제거한 후 아말감 등으로 도포하고 메우는 것이다.

상해보험 약관에서 수술의 정의는 '의사가 의료기구를 사용해 생체에 절단(切斷, 특정부위를 잘라내는 것), 절제(切除, 특정부위를 잘라 없애는 것) 등의 조작(操作)을 가하는 것'이다. 이에 지난 2019년까지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는 치수를 절제하는 치수절제술을 수술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고 보험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지난 2020년부터 일부 보험사가 치수절제술은 수술이 아닌 시술로 보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치수절제술은 치료명칭에 대한 오해로 보험금을 잘못 지급해왔던 것으로, 생체 일부의 절제하는 수술이 아닌 신경을 차단(NERVE BLOCK)하는 의료적 처치라는 게 보험사의 의견이다.

약관에서도 신경 차단은 흡인(吸引, 주사기 등으로 빨아들이는 것), 천자(穿刺, 바늘 또는 관을 꽂아 체액·조직을 뽑아내거나 약물을 주입하는 것)와 함께 수술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법원은 치수절제술을 수술로 인정하지 않았다. 학계는 물론 정부도 치수절제술을 수술이 아닌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치의학백과에서도 치수절제술을 시술로 정의하고 있다. 또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또한 시술로 정의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치수절제술은 그 명칭으로 인해 수술로 오인, 수술보험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법원의 판결이 나옴에 따라 현재는 보험금 면책사항으로 명확히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험사는 A씨에게 수술보험금을 지급하지는 않았지만 골절진단비는 지급했다. 치아도 뼈의 한 종류이며, 이에 치아가 깨지는 사고는 골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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