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잘못 지급한 보험금 의사가 반환하라’...대법 간 소송 쟁점은?

보험사-의사 맘모톰 시술 두고 채권자대위권 행사 여부 논란
‘임의비급여’ 의료비 청구의 불법성도 도마에

김승동 승인 2022.03.21 14:28 | 최종 수정 2022.03.21 15:32 의견 0

‘임의비급여’ 진료 행위를 두고 보험사와 의사가 대법원에서 부딪혔다. 쟁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잘못 지급한 보험금을 보험사가 가입자(환자)가 아닌 의사에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두 번째는 임의비급여 그 자체에 대한 논란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가 개최한 공개변론에서는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실손보험금 반환 청구 건을 두고 치열한 논리 공방을 주고받았다.

쟁점은 보험사가 보험가입자를 대신해 의사를 상대로 채권자대위권(채무자(환자) 대신 채권자(보험사)가 채권회수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다. 즉 의사가 불법적으로 환자에게 청구한 임의비급여(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의료행위 등) 진료행위에 대한 비용을 보험사가 대신 받을 수 있는지가 논란이다.

임의비급여는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한 치료행위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인정하는 의료행위는 급여와 법정비급여로 구분한다. 임의비급여는 건보법상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그럼에도 과거 일부 병원은 맘모톰(진공보조 유방양성종양 절제술) 등의 임의비급여 시술 후 비용을 환자에게 받았다. 부당이득을 챙긴 셈이다.

의사측은 2012년 대법원 판결(2010두27639)에서 맘모톰이 임의비급여를 예외적으로 인정 받았다고 주장한다. 또 2019년에 법정비급여로 포함되었기 때문에 불법적 행위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반면 보험사의 주장은 당시 임의비급여로 구분된 시술을 법정비급여처럼 처리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이다.

2007년 대법원(2006두10368)은 ‘건보법 기준에 따라 의료비를 징수해야 하며 그 이외에는 예외 없이 부당한 방법’이라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임의비급여에 대해 예외적으로 인정받더라도 이는 의사-환자에 대한 비용 청구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보험사가 임의비급여까지 보상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맘모톰 시술이 건보법 기준에 예외사항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의사는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며, 이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의비급여에 대한 비용을 인정하면 일부 의사는 돈을 벌기 위해 과잉진료 등을 행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실효성까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으며, 동시에 검증되지 못한 진료행위가 진행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하며 임의비급여의 예외적용을 반대했다.

[이미지=픽사베이]


◆ 의사의 부당이득, 환자 대신 보험사가 환수할 수 있나?

의사는 임의비급여 행위로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하더라도 이 부당이득을 보험사에 반환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보험금을 지급한 환자에게 보험사가 직접 다시 돌려받으라는 거다.

이에 대해 보험사는 환자 대신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맞섰다.

비전문가인 환자는 임의비급여 여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고, 소송을 통해 부당이득을 환수할 가능성도 낮다. 이에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의사의 부당이득을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법(제404조)에서 채권자대위권을 인정받으려면 채무자(환자)의 재산이 충분하지 않아 변제능력이 없음(무자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2001년 대법원(99다38699)은 ▲밀접성 ▲유효·적절성 ▲부당간섭 등을 충족한다면 채권자대위권을 인정한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의사가 불법적으로 수수한 임의비급여 진료비다. 그리고 환자는 이를 가입한 실손보험을 통해 청구, 수령했다. 진료비 반환청구의 원인이 임의비급여에 한정되므로 밀접성이 충족된다.

또 원칙적으로는 보험사가 환자를 상대로 보험금반환청구를 하고, 환자는 다시 의사를 상대로 진료비반환청구를 해야 한다. 이 경우 수많은 소송이 예상되며, 사회적 비용이 대폭 증가한다. 이에 보험사가 채무자(환자)의 채권자대위권을 인정 받아 보험금을 회수할 경우 유효성과 적절성이 성립한다.

마지막으로 보험사가 채권자대위로 의사로부터 보험금을 반환 받아도 채무자인 환자에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는다. 이에 부당간섭도 없다.

이런 이유로 법원이 보험사의 채권자대위권을 인정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의사의 부당이득도 반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임의비급여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법원이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면 의사는 임의비급여 진료비를 조심스럽게 청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의비급여를 노리고 진행한 과잉진료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결국 실손보험 손해율 안정화로 연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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