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vs 의료계 공방...실손보험 정상화 계기 될 것

대법, 채권자대위권 인정하면 맹목적 임의비급여 치료 감소 효과

김승동 승인 2022.03.22 07:38 | 최종 수정 2022.03.22 12:31 의견 0

‘임의비급여’ 진료비를 두고 보험사와 의사의 분쟁이 대법원에서 부딪혔다. 쟁점은 환자에게 잘못 청구한 진료비로 인해 발생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금을 환자 대신 보험사가 의사에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하급심에서 판단은 갈렸다. 한쪽(2019다229202)은 보험사 손을 들어준 반면 또 다른쪽(2021다232928)은 의사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에서 만난 이 분쟁은 전원합의체 사건이 아닌 소부건이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공개변론까지 진행했다. 그만큼 법조계에서도 법리 해석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며, 이번 대법원의 판단이 미칠 사회적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대법원이 만약 의료계 손을 들어준다면 현재와 달라질 게 별로 없다. 지금까지 법원은 대위권을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즉 환자(가입자)에게 잘못 지급한 보험금을 보험사가 대신 받는 것에 대해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대위권이란 채무자 대신 채권자가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 분쟁에서는 보험사가 환자 대신 의사에게 보험금을 돌려받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는 환자에게 부과할 수 없는 임의비급여 진료비를 부과했고, 보험사는 임의비급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실손보험을 통해 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다. 원칙적으로는 보험사가 환자를 상대로 보험금반환청구를 하고, 환자는 다시 의사를 상대로 진료비반환청구를 해야 한다. 이 과정이 복잡하고 사회적 비용이 많이 발생하니 보험사가 환자 대신 의사에게 곧바로 채권회수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이미지=픽사베이


최근 법원은 보험사의 대위권을 점차 인정하는 추세다. 대법원이 보험사 손을 들어준다면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긴다.

우선 임의비급여로 인해 보험사가 지금까지 잘못 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는 임의비급여 관련 잘못 지급한 보험금 규모가 약 1000억원 대라고 추정한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인정하는 치료 행위는 급여와 법정비급여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KCD)에 따라 진료행위를 코드로 구분해 관리하며, 급여와 법정비급여는 관리 코드가 있다. 반면 임의비급여는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한 치료행위로 건보법에서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관리 코드도 없으며,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일부 의사는 임의비급여 진료를 행하고, 이 진료비를 환자에게 부담시켰다. 환자는 진료비 영수증을 확인한 후 실손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진료비 영수증만 확인해서는 해당 진료행위가 임의비급여인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힘들어 우선 보험금을 지급했다.

가령 손발톱 무좀으로 인한 레이져치료법은 임의비급여 항목이다. 다만 간수치가 높거나 경구투여 약물 부작용이 있는 환자는 법정비급여 조건에 부합된다. 이런 세부 내용까지 진료비영수증에서 확인이 불가능한 탓에 보험금을 관행적으로 지급해 온 것이다.

또 통상 100만원 이내의 소액 청구건의 경우 3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금 지급이 지체되면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보험금 발생 후에 임의비급여라고 확인돼도 소액건의 경우 보험사는 돌려받을 별다른 방법이 없다. 소송에 따른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채권자대위권을 인정하면, 과거 잘못 지급한 임의비급여를 회수할 수 있는 동시에 사회적 비용까지 대폭 줄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험업계는 기대한다.

두 번째는 의사가 환자에게 임의비급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게 된다는 점이다. 임의비급여를 예외적으로 인정해도, 그 비용을 전액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진료비영수증만으로는 법정비급여인지 임의비급여인지 확인이 어렵다. 이에 의사는 임의비급여 항목을 법정비급여처럼 진료비영수증에 표시하는 사례가 많았다. 환자는 건보법이나 임의비급여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이에 진료비영수증을 기준으로 실손보험 보험금을 청구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임의비급여를 법정비급여처럼 수수할 경우 향후 의사는 대위권으로 인해 임의비급여 상당액을 반환해야 하는 리스크가 발생한다.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의사는 환자에게 더 자세히 설명 하게 되며, 불필요한 임의비급여 행위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결국 과잉진료도 일부분 사라지게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물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임의비급여를 조이면 풍선효과로 법정비급여 항목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 법정비급여도 의사가 비용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법정비급여 관리 기준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의료비 증가에는 한계가 있다. 임의비급여 보다는 부작용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또 의사는 환자에게 새로운 의료기술을 적용하는데 조심스러울 수 있다. 신의료기술 대부분은 임의비급여로 구분되는 탓이다. 다만 신기술 적용이 조심스럽다고는 해도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환자가 원해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한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임의비급여 치료도 여전히 진행 가능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문재인케어로 건보 보장률을 확대하자 오히려 실손보험 손해율이 더 치솟는 역설이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공사보험이 동시에 악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의비급여 치료행위를 정상화해야 건보 재정 악화를 막고 동시에 실손보험도 정사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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