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거버넌스 측면에서 보험업권 유관기관 개편방안

김승동 승인 2022.02.21 10:17 의견 0

김창호(경제학박사, 인슈포럼대표, 前 국회입법조사관)


보험업계에는 보험사와 관계를 맺고 있는 다양한 공적 기관이 존재하며, 이를 유관기관(有關機關)이라고 한다. 보험 유관기관은 보험사는 아니지만, 보험업에 관계를 맺고 보험업 성장에 관여한다. 이런 유관기관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화재보험협회 등 3개의 협회와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원, 보험연수원 등 총 6개다.

김창호(경제학박사, 인슈포럼대표, 前 국회입법조사관)


생명보험협회는 생명보험회사의 공동이익 증진과 회원사 상호 간의 업무협조, 생명보험 문화의 확산 등 생명보험 사업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손해보험협회는 손해보험회사 상호 간 업무 질서 유지 및 손해보험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1973년 제정된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 가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의 중대형 건물에 대한 의무 보험이 도입되어 화재 예방 및 보험 기술 발전을 위해 설립되었다.

한편 보험개발원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험요율의 산출, 보험정보 및 통계의 효율적인 관리·이용, 보험에 관한 조사·연구 등을 하는 기관이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을 중심으로 한 금융제도 전반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와 실천적인 대안 제시를 통하여 보험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경제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보험연수원은 보험 전문인력의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교육 전문기관이다.

이런 유관기관은 매년 보험사들이 내는 예산으로 운영된다. 결국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낸 돈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또 보험사들은 금융감독원에 금융감독분담금을 내고 있다. 분담금은 피감기관인 금융회사들이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에 매년 납입하는 금융감독 서비스 수수료를 의미한다. 2020년 기준으로 금융감독원의 전체 금융감독 분담금 2788억원중 28.7%인 800억원을 보험업계에서 납입했다.

금융감독 분담금과 6개 유관기관에 내는 협회회원비 등을 감안하면, 보험사들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금액을 부담한다. 그리고 이는 모두 보험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한편, 2019년 보험연구원의 보험가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이미 98.2%에 달한다. 거의 모든 가정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험가입 포화상태에 더하여 최근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보험 가입이 더더욱 정체되는 상황에서 다음 달 대통령선거를 통한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보험 유관기관에 대한 개선안을 살펴볼 시점이 된 것 같다.

유관기관이나 감독기관에 내야하는 준조세 성격의 분담금 감액을 통해 소비자에게 혜택을 되돌려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보험 유관기관에 대한 구조 개편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과거 손해보험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화재보험이 손해보험의 큰 축(장기, 자동차, 화재 등 특종보험)을 담당했다. 그러나 이제는 화재보험이 손해보험에서 차지하는 몫이 적어졌다. 화재보험협회가 존재할 당위성도 줄었다. 화재보험협회를 손해보험협회와 합치는 개편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은행이나 증권, 비은행처럼 보험업계도 3개로 나눠져 있는 보험협회를 단일화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한편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원, 보험연수원 역시 비슷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유관기관의 역할들을 재정비하는 방법으로 보험개발원과 보험연수원을 통합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구조 개편을 단행한 보험 유관기관 간의 유기적인 공조체계 구축 및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단일한 보험회관이 필요하다.

현재 이들 6개 보험 유관기관들이 지리적으로 다른 곳에 산재하여 유기적인 업무협조체계를 통한 시너지를 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으므로 여의도에 있는 화재보험협회 빌딩을 고치거나 증·개축하여 한곳에 모이는 보험회관이 필요할 듯 보인다. 또한 그로 인한 임대료 감축 등의 재원을 통해 보험에 대한 지속 가능한 발전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비전문가를 통한 낙하산이 아닌 보험전문가를 통한 보험 유관기관 및 보험업 발전이 필요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2020년 10월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6년간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출신 전직 경제관료의 117개 금융기관 재직 현황을 공개하고 “금융감독원 이외의 8개 금융공공기관 중 산업은행 한 곳을 빼고는 기재부, 금융위 출신들이 수장을 맡고 있다”며 “금융권의 주요 로비 채널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금융협회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내용은 국회 국정감사와 언론 등에서 매년 지적하는 사항이지만 전혀 시정되지 않고 있다. 지금 현직의 생보, 손보협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정치인마저 내려온다. 각사 현안과 보험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정작 보험전문가는 없다는 문제점이 언론을 통해 수시로 지적된다.

보험은 보험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순간부터 보험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에 이르는 전과정이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전문가들의 영역이다. 지금도 보험업계가 금융감독원이나 한국소비자원의 민원통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이다.

한 달 후 치러지는 대선을 통하여 들어서는 신정부는 보험산업의 특성과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보험 유관기관들의 효율적인 개편과정을 통해 더 이상 보험소비자의 보험료가 허망한 분담금으로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다시 한번 촉구한다.

김창호(경제학박사, 인슈포럼대표, 前 국회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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