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하나손해보험이 올해 대규모 적자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흑자기업이 적자를 목표로 하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적자 전환을 목표로 한 것은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서 마케팅 강화 전략을 세운 것이 배경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손보는 올해 약 3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경영전략을 세웠다고 알려졌다.
하나손보는 지난 2019년 44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2020년 68억원으로 적자폭을 대폭 줄였다. 이어 2021년에는 약 50억원의 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하나손보는 지난 2020년 하나금융지주로 편입했다. 이전엔 교직원공제회 소속의 더케이손보였다. 하나금융지주는 인수 직후 빠르게 체질을 개선했다. 인수 첫해 적자폭이 급감했고, 이듬해 흑자 기업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런 하나손보가 올해 경영전략으로 적자전환을 내세운 것은 사업의 자신감이 배경이다. 오는 2023년 IFRS17로 회계기준이 전환되면 판매와 관련 사업비를 차감하는 방식도 바뀐다. 이런 회계기준의 차이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회계기준(IFRS4)에서 사업비는 판매 초기에 대폭 차감하며 통상 7년 이내로 적용한다. 가령 30세 남성에게 100세 만기의 암보험을 판매, 사업비가 70만원이 발생했다. 현재는 7년 동연 연평균 10만원씩 사업비를 차감하는 식이다. 다만 판매 첫해에 30만원 정도의 사업비를 차감하며, 갈수록 차감 사업비 비율이 줄어드는 방식이다.
그러나 IFRS17이 적용되는 2023년부터는 보험전기간에 고루 차감한다. 즉 70만원의 사업비를 만기까지 매년 1만원씩 차감하는 식이다. 이에 올해 판매를 위한 비용으로 차감했던 사업비 중 일부는 회계가 전환되는 2023년에는 다시 이익으로 환원된다.
사업비를 인식하는 기준과 함께 이익 인식기준도 바뀐다.
현행회계는 보험 계약시 보험료를 일시에 수익을 인식했다. 그러나 IFRS17으로 전환하면 판매계약의 가치를 평가한 다음 전 보험기간에 걸쳐 이익을 인식한다. 장기적인 미래 현금흐름을 고려하여 얼마나 가치가 높은 상품을 판매·관리했는지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즉 이익도 사업비처럼 전 기간에 걸쳐 인식한다.
보장성보험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면 올해는 사업비를 대폭 인식해 대규모 손실을 보지만, 2023년 이후부터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흑자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손보의 전략인 셈이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IFRS17 도입에 맞춰 올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며 “올해 지출이 예상되는 사업비를 집행하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자 전략은 변경 예정인 회계기준에 맞춘 전략”이라며 “오는 2023년 이후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