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토피 환자 MD크림, 실손보험 보상 길 열린다

의사가 치료 목적으로 직접 도포하고 용법·용량 지켜야

김승동 승인 2022.01.07 15:46 | 최종 수정 2022.01.10 09:40 의견 0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 등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서 보습크림을 처방받았다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에서 여전히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보험사가 올해부터 병원에서 처방한 보습크림을 실손보험 보장에서 제외한다는 소식에 금융감독원이 가이드를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7일 보험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보습크림의 실손보험 보상 유무에 따른 논란이 발생하자 선량한 가입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보험금 지급 권고 가이드를 마련할 방침이다. 현대해상 등 일부 보험사가 지난 3일 피부과 등 병원에서 의사가 처방한 보습크림은 보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으로 보험금 지급 기준을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병원 처방 보습크림의 실손보험 제외 소식에 아토피성 피부염 질환자가 국민청원을 진행했다[이미지=국민청원]

병원에서 처방하는 보습크림은 흔히 MD크림(Medical Device) 알려진 ‘점착성투명창상피복재’다. 일반화장품과 달리 국민건강보험법(건보법)상 치료재료로 분류, 의사가 처방하면 지난해까지는 실손보험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 구입, 의료비 영수증에 비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는 실손보험 보상 내용 중 하나인 ‘치료재료’로 구분, 보험금을 지급해 왔다. 제로이드MD, 아토베리어MD 등이 의사가 처방하는 보습크림의 대표상품이다.

현대해상 등이 보습크림을 보상에서 제외한 것은 최근 대법원(2018다251622)의 판례를 보상실무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치료(입·통원)비용은 단순히 상해(질병)로부터 회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의사가 주체가 되는 의료행위로부터 발생한 비용만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보상하던 보습크림을 제외한 것은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부 의사는 브로커와 짜고 보험가입자에게 보습크림을 대량으로 판매했다. 가입자는 실손보험 보험금으로 구입비용을 충당하고, 보습크림은 당근마켓 등 중고시장에 저렴하게 재판매해 수익을 챙기는 사례가 적발됐다.

현대해상의 이 같은 보험금 지급 기준 변경이 다른 보험사로 급속 확산 될 조짐을 보이자 금감원이 진화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습크림과 관련 대법원의 판결문이 명확하다”면서도 “아토피 등 실제 피부질환자는 보상 제외 방침에 따라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실제 보습크림을 사용한 가입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급 권고 가이드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①주치의가 보습크림 등 약제의 밀봉을 직접 제거 ②의사나 의사의 관리 하에 환부에 도포 ③의무기록지에 용량·용법 기재 ④진료상세내역서에 처치료를 함께 명기 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이드 제정을 고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보험사가 보상 실무에 반영, 보험금 지급을 변경한 대법원 판결문에도 비슷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 ‘피부의 구축 또는 괴사 방지 및 재생을 위해 피부 재활시술을 받았다면 이는 건보법이 적용되는 처치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피부재활시술은 의사의 관리 하에 이루어진 치료로서 건보법상 비급여대상이라 할 수 있으므로,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금감원이 보습크림 보상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고 해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수도 있다.

의사가 약제의 밀봉을 직접 제거했다고 해도 대용량 약제를 전부 환자에게 지급하는 것은 무리다. 의사의 관리 하에 이루어지는 치료를 모두 치료라고 보는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또 의무기록지에 기록할 적정 용량·용법의 기준도 환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는 “병원에서 처방하는 보습크림은 식약처에 의료기기로 구분되어 있음에도 이를 실손보험 보상에서 제외하면 실제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 등은 비용 부담이 대폭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도 의사의 관리하에 치료했다면 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보험가입자(환자)의 상황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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