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보생명, 브랜드 가치는 0원?...자회사 편법 지원
1조5000억 브랜드 가치에도...자회사에 브랜드 사용료 받지 않아
공정위 지적도 무시...금감원 종합검사서 재차 지적
김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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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5 07:27 | 최종 수정 2021.11.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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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부당지원으로 보험업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교보생명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교보라이프플래닛 등 자회사에게 상표권(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아 문제가 됐다.
11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교보생명이 자회사의 브랜드 사용료를 수취하지 않은 것을 지적, 제재안을 금융위원회로 상정했다. 금융위는 오는 19일 안건소위에 해당 내용을 논의하며, 이를 통과하면 24일 정례회의를 통해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진행했다. 이 종합검사에서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보험계약 체결,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 ▲적합성 원칙 ▲보수위원회 심의·의결 의무 위반 등으로 과징금 24억원 등의 제재를 확정했다. 이때 금감원은 자회사 부당지원도 함께 적발했으나 제재 확정은 뒤로 미뤘다.
교보생명은 자회사인 교보증권, 교보라이프플래닛, 교보문고, 교보악사자산운용 등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 보험업법 제111조(대주주와의 거래제한 등)와 제116조(자회사와의 금지행위)는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거나 일반적인 거래 조건에 비해 보험사가 불리하게 계약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금감원은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것을 자회사 부당지원이라고 지적했다. 참고로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그룹인 인터브랜드는 지난 2019년 교보생명 브랜드 가치를 약 1조5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즉 1조5000억원 가치의 브랜드 사용료를 무상 제공한 것이 자회사 부당지원이라는 의미다.
교보생명 이외의 다른 대기업집단의 경우 통상 매출액에서 광고 선전비 등을 제외한 금액에 일정 사용료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사용료를 산정, 모기업에 지급한다.
금감원이 진행한 종합검사에서 자회사 부당지원만 제재 확정이 미뤄진 것은 해당 사항의 특이성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 브랜드 사용료 미수취로 지적한 첫 번째 사례다.
또 삼성생명의 제재안 쟁점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삼성생명은 특수관계인인 삼성SDS와 2015년 전사적 자산관리 시스템 구축 계약을 맺었지만, 사업이 6개월 정도 지체됐다. 금감원은 2019년 종합검사에서 삼성생명이 계약서에서 정한 지연 배상금 150억원을 청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삼성SDS에 부당 지원한 것으로 판단,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올렸다.
금융위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금감원의 중징계 안에 대해 “보험사가 계열사에 대해 계약 이행 지연 배상금을 청구하지 않은 행위는 보험업법에서 금지한 자산의 무상 양도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금융위는 아직 삼성생명의 제재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교보생명의 자회사 부당지원 관련 내용은 삼성생명과 별개의 사항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공정위의 지적에도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생명과 함께 교보생명의 제재가 금융위에서 나란히 논의되고 있다”면서도 “교보생명의 제재 여부가 지연되는 것은 삼성생명 때문이 아닌 별개의 건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업법의 해석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종합검사 결과 경징계안이 확정됐다”며 “과징금 등 제재가 결정되면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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