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종신보험 저축기능 강조 금지했는데...농협생명 ‘어깃장’
10월 상품 개정...장기유지보너스 올려 ‘환급률 강조’
“저축성 기능 강조는 금소법 위반 여지 커”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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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6 10:58 | 최종 수정 2023.10.1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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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생명이 금융당국의 행정명령에 어깃장을 놓아 도마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종신보험이 저축성상품으로 오인 판매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품개정을 지시했다. 하지만 농협생명은 환급률을 강조하기 위해 이달 상품을 개정하고 설계사 대상으로 판매 교육에 나선 것. 농협생명은 금융당국의 상품 개정 규제를 수용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종신보험의 저축기능을 강조해 판매 교육을 진행하면 법률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이달 '투스텝NH종신보험'의 10년 시점 환급률을 대폭 상향했다는 내용의 설계사 교육자료를 일선 법인보험판매대리점(GA) 등에 배포하고 판촉에 나섰다.
5년납 종신보험의 10년 시점 환급률은 기존 118.1%에서 126.6% 올랐으며, 7년납은 119.4%에서 129.4%로 상향 조정했다는 내용이 교육자료의 핵심이다. 환급률을 올리기 위해 농협생명은 장기유지보너스를 기존 13.5%에서 30% 이상으로 개정했다. 장기유지보너스는 완납시점까지 계약을 유지한 것에 대해 보험사가 추가로 지급하는 돈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완납시점에 원금을 웃도는 환급률과 과도한 장기유지보너스로 인해 소비자가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해 가입, 민원이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감독행정명령을 통해 단기납 종신보험의 ▲완납시점(7년납 미만은 7년 시점) 환급률을 100% 이하로 조정하고 ▲완납 후 10년 시점까지는 장기유지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종신보험은 보장성보험의 대표 격임에도 불구하고 저축상품으로 오인 판매되고 있는 점이 문제"였다며 "특히 원금 도달 시기가 5년·7년인 종신보험이 주로 저축상품으로 오인·판매되고 있어 상품 구조를 변경하도록 규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감독행정명령은 지난달인 9월부터 시행됐다. 농협생명도 환급률 규제에 맞춰 상품을 새로이 설계했다. 하지만 문제는 판매 과정이었다. 환급률이 줄어들자 판매 경쟁력이 사라졌다. 이에 장기유지보너스를 대폭 늘려 다시 저축 기능을 강조한 것.
농협생명 준법감시팀의 심의를 받은 교육 자료 중 단기납 종신보험 관련 내용은 총 3페이지다. 이중 연금전환 특약을 설명하는 마지막 페이지를 제외하고는 앞 2개 페이지가 높은 환급률과 장기유지보너스만을 강조했다. 즉 종신보험 본연의 목적인 사망·상속 기능이 아닌 저축성 기능만을 부각한 것. 사실상 금감원 감독행정명령에 어깃장을 놓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농협생명 관계자는 "환급률은 필수 안내사항"이라며 "금감원 환급률 제한 규제는 지켰으니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요지는 상품 설계 규제의 준수 여부가 아니다. 잘못된 방식의 판촉 행위가 있었는지가 관건.
보장성보험을 저축성 컨셉으로 판매하는 건 금융상품판매업자의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19조(설명의무)에서는 금융상품판매업자가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거짓 또는 왜곡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같은 법 제21조(부당권유행위 금지)에서는 금융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알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대형GA를 중심으로 단기납종신보험 판매 교육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저축상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상품 구조도 문제지만 이 상품을 저축성 컨셉으로 교육하고 판매하는 것도 문제라는 시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가 여전히 단기납 종신보험을 저축성 컨셉으로 판매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환급률이나 장기유지보너스를 부각해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케 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확인된다면 금융소비자법 위반으로 조치사항이 된다"면서 "감독 및 검사 강화를 통해 이들 보험사의 판매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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