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가능이익'이 뭐길래...금융위, 확대 위한 법 개정 추진

"꽉 막힌 배당 길 터야" vs "계약자 보호 위해 신중해야"

여지훈 승인 2023.09.11 09:44 의견 0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배당가능액을 확대하기 위한 절차를 검토 중이다.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으로 상당수 보험사의 순자산이 크게 늘었지만 법령상 배당할 길이 막힌 탓이다. 당국은 법제화를 통해 보험사의 배당이 경제적 실질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보험사의 배당가능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법제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상법 시행령을 그대로 따를 경우 보험사의 배당가능이익이 매우 제한되는 탓이다. 이에 보험사에 한해 예외 조항을 인정해 달라고 법무부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금융위원회]

배당가능이익은 기업이 주주들에 배당할 수 있는 한도, 즉 그 최대값을 말한다. 현행 상법 제462조(이익의 배당)에서는 순자산액(자산총액-부채총액)에서 ▲자본금 ▲결산기까지 적립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합계액 ▲결산기에 적립해야 할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을 차감해 배당가능이익을 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당가능이익을 구할 때 순자산액에서 자본금과 법정준비금을 제외하는 건 기업이 영업을 지속하고 채권자 보호를 위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금액만큼은 건들지 말라는 뜻이다. 미실현이익을 공제하는 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을 근거로 함부로 현금을 유출시키지 말라는 의미다.

문제는 배당가능이익 계산시 미실현이익과 달리 미실현손실은 차감되지 않는다는 것. 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손실이라도 언제든 확정될 수 있으므로 배당재원에서는 제외해야 한다는 보수적 접근법에 따른 것이다.

다만 현행 상법 시행령 제19조(미실현이익의 범위)에서는 예외적으로 미실현이익과 미실현손실의 상계를 허용해 간접적으로 미실현손실을 차감(손실의 차감이므로 배당가능이익에는 플러스 효과)할 수 있게 했다.

이에 기존 거래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파생상품 또는 파생결합증권 거래를 한 경우 각 거래에서 발생한 미실현이익(손실)과 미실현손실(이익)은 상계할 수 있다. 위험회피관계로 묶인 두 거래는 하나의 거래처럼 처리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보험사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보험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미실현손익의 상계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

금융위 관계자는 "통상 보험사는 보험계약으로 들어온 보험료를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금리 변동 위험을 회피한다"면서 "자산종합부채관리(ALM)에 따라 두 포트폴리오가 연계돼 있음을 감안하면 보험부채와 채권자산에서 발생한 미실현손익을 상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올해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는 IFRS17 시행과 더불어 고금리 환경이 겹치면서 보험부채에서 많은 미실현이익이 발생했다. 이에 상당수 보험사에서 순자산은 증가했지만 배당가능이익은 제한된 상황.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부터 IFRS17가 시행되면서 이전에는 나오지 않던 미실현이익이 보험부채에서 발생하게 됐다"면서 "미실현이익이 나오는 건 앞으로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현행 상법은 배당가능이익 산출시 미실현이익만 차감하는 비대칭 구조이므로 보험사의 배당 재원을 제한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보험사 자산·부채에서 미실현손익 상계는 IFRS17 시행을 앞두고 업권과 금융당국이 계속 소통해온 부분"이라면서 "보험사가 많은 이익을 냈음에도 그에 걸맞는 배당을 주지 못한다면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평가 절하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타 업권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무분별한 미실현손익 상계 방지를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새 회계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법제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보험 회계전문가는 "파생상품이라도 투자하기 전부터 위험회피대상과 위험회피수단의 관계를 명확히 문서화한 경우에만 상계가 가능하다"며 "보험부채와 채권자산 간 관계가 위험회피 또는 ALM 목적임이 분명하고 이를 문서화한 경우에만 상계가 가능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보험업계 전문가는 "올해는 IFRS17 적용 초기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과 보험사의 손익 변동이 매우 클 수 있다"면서 "아직은 계약자 보호를 위해 배당을 제한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보험산업은 타 업권 대비 부채 듀레이션이 매우 길어 금리 변동에 취약하다"면서 "ALM을 하더라도 완벽하진 않으므로 배당 등 현금 유출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배당 한도를 늘리는 것이 보험사의 배당 증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도가 증가하는 만큼 주가에는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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