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 해? 입원하면 월급보다 더 버는데"...간호간병 보험 '모럴 해저드' 주의보

금감원, 현황 파악중...'예의 주시'

여지훈 승인 2023.08.03 11:22 | 최종 수정 2023.08.03 11:35 의견 0

경쟁 과열로 갈수록 보장 한도가 높아지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입원일당 특약에 대해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중복 가입하면 실제 발생하는 간병비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어, 돈을 벌 목적으로 장기 입원(간병)을 하는 환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이달 15만~30만원 수준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입원일당 특약을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입원일당 특약은 환자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통합병동) 입원시 정액 보험금을 일단위로 제공하는 상품이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각사가 보장하는 일부 상품의 통합병동 입원일당을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 기준 ▲삼성화재 18만원 ▲롯데손보 20만원 ▲KB손보 25만원 ▲DB손보 26만원 ▲메리츠화재 27만5000원 ▲흥국화재 32만원 등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8월 현재 통합병동 입원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입원료(상급종합병원 6인실 기준)는 4만~5만원이다. 환자가 특약에 가입한 뒤 입원할 경우 하루 13만~28만원의 차액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보험사의 교육용 자료에는 며칠만 입원해도 수백만원의 보험금을 보장한다는 식의 문구가 명시돼 있다. 이를 오용한 설계사에 의한 불완전판매와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업계 누적 한도가 없어 중복 가입에 제한이 없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즉 여러 보험사 상품에 동시 가입 후 통합병동에 입원할 시 보장금액이 비약적으로 커질 수 있다.

한 보험사 상품개발 담당자는 "과도한 보험금 지급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와 이를 악용하는 사례를 늘린다"며 "보험사 간 경쟁은 당연하지만 너무 과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를 도입한 병원이 늘어날수록 입원률이 올라가면서 보험사의 손해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는 요양기관은 2015년 112개에서 올해 6월 670개까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들 요양기관에서 제공하는 병동과 병상수도 각각 170개, 7443개에서 1654개, 7만1301개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당분간 예의주시하는 선에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들에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심사)시 타사 가입 현황을 충분히 파악하도록 계속 당부하고 있다"면서 "보험사들은 신용정보원의 담보코드 외에도 담보명을 통해 계약자의 중복 가입 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장 한도가 높아지는 추세인 것은 이미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한도 제한은 적정 수준이 얼마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다 상품 판매 자율화로 인해 감독원이 제한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도 설정은 보험사 자율에 맡기되 감독원은 미흡한 리스크 관리나 내부 통제에 초점을 맞춰 현장검사 등을 통해 지속해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전문 간호 인력(간호사, 간호조무사)이 24시간 입원 환자를 돌보는 제도다. 사적 간병인 고용 부담이 큰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통합병동 입원시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입원료는 일반병동보다 조금 비싸지만 간병인 고용에 드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간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사적 간병인 고용비는 코로나19 이후 크게 올라 현재 15만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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