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GA채널 시책 경쟁 다시 과열...금감원, ‘모집질서 훼손 우려’

1200%룰 우회...모집수당·시책 더해 최대 2000% 지급

김승동 승인 2022.09.06 17:56 의견 0

보험사의 판매시책비(보너스 인센티브) 경쟁이 또다시 과열될 양상이다. 시책비를 높여 영업을 독려하려는 분위기가 관측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8년 손해보험사의 시책비 과당경쟁으로 사업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 시책을 적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 권고 수준의 3배에 달하는 과도한 시책이 집행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A보험사는 일부 법인 보험판매대리점(GA)에 최대 800%의 시책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A업계 한 설계사는 “A사가 최근 시책비를 600%에서 최대 800%까지 지급하고 있다”며 “A사가 시책비를 높이자 다른 보험사들도 경쟁적으로 시책을 높이는 움직임이다”라고 말했다.


A사는 1200%룰(계약 1차년도 모집수수료 상한제)을 피하는 방식으로 시책비를 지급하고 있다. 월납보험료 10만원짜리 상품을 판매할 경우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수당 및 수수료는 최대 120만원을 초과하면 안 된다는 게 1200%룰의 골자다. A사는 계약 2차년도인 13개월차 이후에 시책을 몰아서 지급한다. 즉 1200%룰만 우회하는 식이다.

해당 GA는 소속 설계사(사용인)에게 향후 받을 시책을 선지급한다. 즉 2차년도에 받을 시책을 미리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식이다. GA는 보험업법상 보험설계사와 지위가 같다. 이에 GA는 사용인에게 1200% 이상의 판매수당을 지급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령 GA소속 설계사가 월납보험료 10만원의 상품을 판매했다. A사는 1차년도 판매 수당을 120만원 이하로 지급한다. 대신 2차년도에 시책비로 8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고 약속한다. 해당 GA는 A사에게 향후 받을 시책비 80만원을 먼저 지급해 1200%룰을 피한다. 결국 GA소속 설계사는 판매 초년도에 1200%룰을 우회하며 최대 200만원의 수당 및 시책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보험상품을 판매하면 설계사는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시책은 판매 수수료 이외에 추가로 지급하는 특별 수당인 셈이다. 보험사는 판매 독려를 위해 높은 시책을 지급한다. 문제는 시책비가 과다 책정될 경우 사업비가 높아진다는 것. 높은 사업비는 향후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즉 보험사의 판매 경쟁에 향후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셈이다.

지난 2018년 손보업계는 장기보장성보험 판매 경쟁을 하면서 시책비를 높였다. 그러자 경쟁 보험사들도 시책비를 대폭 상향 조정했고, 최대 600%를 초과하기도 했다. 가령 월 10만원을 납입하는 상품을 계약할 경우 판매 수수료 이외에 시책으로 60만원의 특별 수당을 추가 지급했던 것.

당시 금융감독원은 손해보험사에 사업비 집행현황 자료를 검토하고, 시책비 자제를 권고했다. 이에 업계는 250%를 초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잠정 합의했다. 즉 월 10만원짜리 보험을 판매하면 25만원 이내로만 시책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금감원 손보 검사국 관계자는 “과도하게 높은 시책비를 책정할 경우 보험사의 건전성 저해나 모집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며 “사실 여부를 확인 후 필요한 경우 A사에 조취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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