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인 임의비급여 진료 후 잘못 청구·지급된 보험금에 대해 법원이 채권자대위권을 인정하지 않을 것을 대비, 보험사들은 수년 전부터 양수금 소송을 준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은 지난달 말 ‘임의비급여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의료계 손을 들어줬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등 손해보험사는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보험금 청구서류에 대위권 양도에 관한 동의를 받고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 양도 안내사항’ 등으로 설명하며, ‘피보험자(수익자) 본인은 임의비급여 진료행위 등과 같이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규정에 위배되어 청구된 진료비는 피보험자의 질병(상해)을 치료한 병원의 부당이득임을 인지하고, 해당 치료행위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에게 피보험자(수익자)가 치료 병원에 대해 가지는 부당이득 반환청구권(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양도하고, 원활한 채권행사를 위해 채권양도 통지권한을 보험사에 위임합니다’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보험사가 청구한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이후, 해당 보험금 중 전부(혹은 일부)가 임의비급여에 해당할 경우, 수익자 대신 보험사가 해당 병원(의사)에게 대신 임의비급여에 대한 진료비를 받겠다는 의미다.
'임의비급여'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인정받지 못한 치료법으로, 환자 동의 없이 임의비급여 치료비를 받으면 불법이다. 환자가 동의하고 치료를 했다고 하더라도 임의비급여는 보험약관상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항이다.
하지만 진료비 세부영수증에 임의비급여 표기가 없고, 100만원 이하 소액 보험금은 통상 3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임의비급여를 지급해왔다는 게 보험사들의 설명이다. 이렇게 잘못 지급한 임의비급여는 파악된 것만 약 1000억원에 달한다.
보험사들은 잘못 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받기 위해 노력해왔다. 채권자대위권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이 대표적이다. 병원이 청구하지 않았어야 할 치료비를 환자가 지불했고, 환자는 이 치료비를 다시 보험사에 청구했다. 이에 보험사는 환자에게 환자는 병원에게 치료비를 되돌려받아야 한다. 이를 단순하게 하기 위해 보험사가 환자 대신 병원으로부터 직접 잘못 청구한 의료비를 받겠다는 게 채권자대위권 소송의 핵심이다.
하지만 법원은 임의비급여에 대한 채권자대위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병원의 위법한 임의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자력(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환자(보험가입자)의 채권에 권리를 보험사가 대신 행사하는 건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보험사는 양수금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보험사가 잘못 지급한 보험금 환수를 위한 노력 하지 않으면 향후 배임 등의 문제가 될 수 있는 탓이다.
이미 보험사들은 지난 2020년 7월 맘모톰 관련 대위권 소송 1심에서 패소한 직후부터 ‘채권 양도’와 관련 내용에 대해 동의를 받았다. 즉 양수금 소송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
양수금은 환자(보험가입자)가 가지고 있는 채권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이를 보험사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A(병원)가 B(환자)에게 100만원을 빌렸고, B는 C(보험사)에게 100만원을 빌렸다. 이때 A가 C에게 직접 100만원을 갚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C가 A에게 직접 100만원을 갚으라고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20년 7월 맘모톰과 관련 1심 판결에서 패소한 이후 임의비급여에 대한 채권양도 동의를 받고 있다”며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임의비급여에 대한 대위권을 인정하지 않아 양수금 소송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못 지급한 보험금을 환수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으며, 그렇다고 보험가입자 개인에게 모두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임의비급여 등을 통한 과잉진료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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