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생명이 건강보험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지 수일 만에 주요 특약의 보장한도를 축소한다. 내부 목표치를 조기 달성한데 따른 조치다. 경쟁이 덜한 틈새 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생명은 지난 10일 ‘하나로 누리는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100여개 특약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구조로, 대면채널을 겨냥해 선보인 첫 건강보험 상품이다. 일부 특약에 경쟁사 대비 높은 보장한도를 적용하며 출시 직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미지=하나생명]

하나생명은 고혈압, 당뇨, 대상포진, 통풍 등을 보장하는 이른바 ‘고당대통’ 특약의 가입한도를 각각 1000만원으로 설정했다. 경쟁사들이 100만~300만원, 많아야 500만원 수준을 제시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높은 수치다.

재해골절치료비특약과 깁스치료특약의 한도 역시 각 150만원으로, 업계 평균인 20만~50만원보다 높게 책정했다. 건강보험 시장 후발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공격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고액 보장은 출시 사흘 만인 금일부터 조정된다. 하나생명은 고당대통 특약의 각 가입한도를 기존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골절·깁스 특약은 150만원에서 75만원으로 각각 하향한다고 영업 현장에 공지했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출시 초기 이벤트 성격으로 보장한도를 높게 설정했다”며 “예상보다 빠른 판매 덕에 목표 실정을 조기 달성해 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 현장에는 금일 오후까지만 기존 한도가 유지된다고 안내했지만, 실제 한도 소진 여부에 따라 일정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도 “하나생명이 해당 상품의 초기 목표 실적을 3억~4억원 수준으로 설정한 것으로 안다”며 “경쟁사들이 주목하지 않던 틈새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일각에선 이번 한도 축소가 금융감독원의 조치에 따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보험상품 보장금액 한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진단·수술·치료 담보의 한도를 산정할 때 통상적인 치료비와 요양비를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에도 실제 치료비 등을 고려할 때 보장금액이 과도해 당국이 조정을 주문했다는 시각이다.

다만 하나생명 측은 “금감원 지적으로 보장한도를 조정한 것이 아니다”며 “시장 반응에 따른 자율적 결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뉴스포트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금감원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