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 진출을 선언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인수를 위한 정밀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인수가로는 1000억원 미만이 거론되고 있다. 가격 조율을 앞두고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 싸움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약 두 달간 카디프생명에 대한 실사를 이어오고 있다. 기본 실사를 마친 뒤 현재는 일부 사안에 대한 정밀 검토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본격적인 가격 협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인수가는 1000억~1500억원이다. 다만 실제 협상은 1000억원 미만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M&A 전문가는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여러 보험사를 대상으로 검토 중이어서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사실상 ‘꽃놀이패’를 쥐고 있어 현재는 1000억원 이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2월 말 보험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기존 증권 중심의 사업 구조에 보험업 라이선스를 추가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카디프생명은 자산규모 등이 크지 않지만 재무 건전성은 뛰어나다는 강점이 있다. 이에 고용승계와 향후 자본 투입 부담이 적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카디프생명은 지난 1분기 기준 자기자본 2414억원, 보험계약마진(CSM) 172억원을 기록했다. 지급여력비율은 304.6%로 업계 최상위권이다.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인수를 추진 중인 ABL생명에도 관심을 둘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ABL생명은 카디프생명 대비 자산규모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낮은 지급여력비율로 인해 추가 자금 투입이 부담이라는 평이다. 계열사 편입 후 경과조치 종료 이후까지 재무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올해 1분기 ABL생명의 경과조치 적용 전 지급여력비율은 104.6%에 불과하다.
BNP파리바 본사는 카디프생명 매각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다만 국내 보험 시장의 한계로 인해 장기 투자 의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BNP파리바로서도 국내 시장의 규제 강도, 성장 정체, 경쟁 심화 등을 이유로 철수를 희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딜이 무산되면 매각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1000억원 미만 제안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한국투자금융지주에겐 보험업 진출 자체가 관심사인 만큼 특정 회사를 무리하게 인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BNP파리바가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양측 모두 이번 거래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한국금융지주와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측은 “M&A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