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4월 건강검진 전 DB손해보험의 간편보험에 가입한 A씨. 건강검진 대장내시경검사에서 직장암 의심소견을 받고 추가검사를 진행했다. A씨는 3개월 뒤 직장암으로 진단받았다. DB손보는 보험금은 지급했지만 보험계약은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가입 2개월 전인 2월에 급성기관지염(감기 증상)으로 하루 병원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다.

DB손해보험이 보험 가입 전 급성기관지염 1회 통원치료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가입자에게 통보해 논란이다. 통상 급성기관지염은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다. 대표적인 인수심사 예외질환이다. 전문가들은 고지의무 중요사항이 아닌 급성기관지염으로 해지한다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급성기관지염으로 통원치료 사실을 고지한 다른 고객은 보험가입에 대해 별다른 조치 없이 인수한 사실도 확인됐다. DB손보의 이중잣대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24일 뉴스포트 취재에 따르면 지난 7월 직장암 진단을 받은 A씨는 최근 DB손보로부터 보험계약해지 통보문을 받았다. 앞서 간편보험에 가입하기 2개월 전 급성기관지염으로 1회 통원치료를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즉 계약 전 알릴의무(고지의무) 위반이라는 것.

[사진=DB손해보험 보험계약 해지 통보문]

상법 제651조(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에 따르면 보험계약 당시 보험계약자(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 고지를 한 때는 보험사가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내,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사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보험계약의 인수를 거절하거나 조건부(보험가입금액 한도 제한, 일부 보장 제외, 보험금 삭감, 보험료 할증 등)로 인수하는 등 계약 인수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일컫는다.

하지만 DB손보는 A씨와 동일한 간편보험에 가입하기 전 급성기관지염으로 통원 1회치료를 받은 다른 계약건에 대해서는 인수거절, 부담보, 할증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자체 인수기준으로도 급성기관지염이 계약인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 보험약관 전문가는 "보험 가입 전 3개월 내 질병확정진단을 받았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면 불고지로 보는 게 맞다"면서도 "다른 가입자의 경우 급성기관지염 1회 치료로 인해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가입 조건이 바뀌지 않았다면 A씨를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 보험전문 변호사도 A씨가 보험사의 서면상 질문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A씨 스스로 가벼운 감기로 여기고 고의적으로 숨기지 않았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면 이를 고의나 중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법상 고의 또는 중과실 여부도 보험계약 해지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DB손보 관계자는 "당사 내부기준상 고지의무위반,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하므로 고객에게 통지한 것"이라며 "계약 전 질문지상 고지를 했다면 기관지염 같은 가벼운 진단은 인수시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지만, 이 건은 해당 계약자가 고지했음에도 GA에서 임의로 판단해 고지사항을 누락했기 때문에 사후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이의 제기할 수 있고 현재 그 프로세스상 본점에서 계약유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험계약해지 통보문은 가입자에게 도달한 상황부터 그 효력이 발휘된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해지 통보를 받은 고객 대부분은 대기업인 보험사와 분쟁을 이어가지 못한다"면서 "보험 가입자는 쉽게 받고 보험금 지급은 어렵게 하려는 DB손보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A씨는 해당 보험계약에서 보험료 납입면제 특약에도 가입했다. 이에 직장암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은 물론 보험만기까지 보험료는 내지 않고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보험사는 보험료 수입 없이 보험금 지급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스포트 여지훈 BRsum@newsport.co.kr 여지훈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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