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이 내달 주력 상품으로 환급률을 강조한 종신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종신보험의 저축 기능을 강조해 판매하는 것을 지양하라고 지속 권고하고 있다. 당국과 보험사 간 치열한 줄다리기의 개막을 KDB생명이 열었다는 평가다. 내달에도 종신보험은 저축 기능이 강조될 수 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내달 1일 ‘무심사우리모두버팀목종신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5년 납입 후 다시 5년을 거치하면 환급률이 126.2%라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유병자도 무(無)심사로 75세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무심사란 보험 가입 과정에서 가입자(피보험자)의 건강 관련 질문이 없는 것을 뜻한다. 즉 75세 이전이라면 건강이 나쁘더라도 가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지=KDB생명 상품 교육 자료 갈무리]

가령 50세 여성이 매월 50만원을 납입하면 5년 후 해약환급금은 2817만원(납입 원금 3000만원)으로 환급률은 93.9%다. 다시 5년을 유지하면 환급금은 3786만원(환급률 126.2%)으로 뛴다. 급전이 필요할 경우 중도인출도 가능하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7년납 종신보험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높은 환급률만 강조, 보장성 보험인 종신보험을 장기 저축처럼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보험사는 현장점검을 진행하는 등 판매 관행을 바꾸도록 압박했다.

KDB생명은 금감원의 압박에도 높은 환급률을 강조한 상품을 출시한 것. 환급률을 120%대로 낮췄지만 금감원 기준에 맞을지는 불확실하다는 평이다. 금감원 기조대로라면 납입원금을 웃도는 종신보험은 저축성보험 꼬리표를 떨쳐내기 어렵기 때문. 또 무심사로 가입자 저변까지 넓혔다.

[이미지=KDB생명 상품 교육 자료 갈무리]

무심사로 가입이 가능한 이 상품은 유병자가 가입하는 간편심사형(표준하체)은 물론 가입 심사가 까다로운 일반형(표준체)보다 보험료가 오히려 더 저렴하다. 체증하는 사망보험금 보장액을 상대적으로 줄여 위험보험료를 덜 차감하기 때문으로 업계 전문가는 분석한다. 이런 구조는 해약환급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130%든 120%든 환급률이 납입원금을 크게 웃돈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며 "130% 환급률을 지적한 금감원이 120%대 환급률을 허용한다는 것도 모순"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상 언더라이팅(보험가입 심사) 절차가 간소화될수록 역선택 가능성이 커지므로 보험료는 비싸진다"면서 "누구나 가입 후 높은 환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장보다 저축 기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KDB생명 관계자는 "무심사 보험은 업계 최초로 의학적 결함이나 나이 제한으로 인해 보험 제도권에서 벗어난 소외계층에게 더 많은 보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이슈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해당 상품은 면책 기간이 3년이므로 역선택에 따른 자본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포트 여지훈 BRsum@newsport.co.kr 여지훈의 기사 더보기

저작권자 ⓒ 뉴스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