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은 비아그라 판매를 중단시켜야 한다

김승동 승인 2024.01.26 14:57 | 최종 수정 2024.01.26 17:00 의견 0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아니었다.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부작용이 남성의 자신감을 키운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부작용에 대한 임상 연구 끝에 지금의 비아그라가 출시됐다. 비아그라는 혁명이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가장의 어깨를 더 굳세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배우자의 행복을 끌어올린 것은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

비아그라처럼 부수적인 효과를 연구해 소비자를 만족시킨 것이 또 있다. 환급률을 끌어올린 단기납종신보험이다. 이 상품을 장기 복용(유지)하면 가장의 어깨가 굳세지고 가정의 행복 울타리가 단단해진다. 조기 사망에 대한 보장이 핵심이지만 부수적으로 더 건강하고 풍요로운 노후를 기대할 수 있다.

김승동 뉴스포트 기자


비아그라는 많은 가족을 행복하게 만드는 정식 의약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환급률을 끌어올린 단기납종신보험은 사라질 운명이다. 부수적인 효과만 강조해 불완전판매가 만연하고 이는 민원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는 금융당국의 시각 때문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지난해 생보사들은 5년만 보험료를 내면 원금 이상의 환급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을 판매했다. 비아그라처럼 부수효과(목적자금 마련)를 극대화한 상품이다. 가입자는 중장기 목돈마련과 함께 주요기능인 납입 중 사망 위험에 대비해 이 상품에 가입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이 저축상품으로 오인 판매 될 수 있다며 행정명령을 단행, ①납입완료 시점 환급률 100% 미만 ②10년 이내 장기유지보너스 지급 금지 등의 규제를 했다. 규제 후 단기납종신보험은 시장에서 사실상 판매가 중단됐다.

생보사들은 지난해 금감원의 행정명령을 모두 지키면서 부수효과를 더 발전시킨 상품을 출시했다. 현재 일반적인 소비자가 가입 가능한 확정이율 상품인 은행 저축이나 연금보험 등보다 목돈마련에 더 효과적인 상품이다.

보험설계사도 불완전판매를 할 이유가 없다. 종신보험의 주요기능인 사망보장과 함께 부수효과인 목돈마련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면 된다. 상품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오인하도록 설명할 가능성은 낮다.

일부 판매자가 중도해지시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는 불완전판매가 명백하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클릭 몇 번으로 해당 상품이 무엇이며 어떤 기능인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청약철회·품질보증 해지 등 보호장치도 충분하다.

금감원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소비자가 권리 위에서 잠을 자고 있더라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험사가 상품설계서나 안내장을 제대로 작성했는지 확인하고, 약관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발생하지도 않은 불완전판매를 우려하는 건 비아그라를 협심증 치료제로만 판매하라고 압박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말 단기납종신보험을 두고 진행한 현장 및 서면점검이 반드시 해야 할 일어었다고 판단한다면, 금감원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서 비아그라 판매를 중단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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