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험료까지 납입한 계약인데...현대해상의 부당한 '계약파기'
상품 오류 뒤늦게 확인 후 '안일한 대처'..상법상 위약금 지급해야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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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4 16:09 | 최종 수정 2024.01.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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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회보험료까지 납입한 계약을 현대해상이 일방적으로 변경해 입방아에 올랐다. 판매 상품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한 보험사의 안일한 대처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초회보험료를 납입한 계약을 현대해상이 일방적으로 '단순설계'로 변경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상법상 계약파기와 같다는 해석이다. 위약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라는 것.
신상품 '두배받는암보험'이 전산상 환급률 표기 오류 등의 문제로 출시 하루만에 판매가 중단된 것이 배경이다[관련기사: 현대해상, 갑진년 첫 암보험...출시 5시간만에 '판매중단']. 단순설계는 고객의 생년월일, 직업 등만 기입하고 가설계하는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해당 상품의 일부 설계안에서는 10년 시점 환급률이 200%에 육박했다. 문제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현대해상이 진행상태를 강제 변경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태현 모두교육 이사는 "현대해상이 고객의 청약이 끝난 건마저 고객 동의 없이 단순설계 건으로 강제 변경했다"면서 "단순설계는 보험료 납입까지 완료된 단계에선 결코 나올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 중 일부는 업계 누적 한도로 인해 기존 상품을 배서하고 가입한 경우도 있다"면서 "설계 중단을 공시하기 전까지 청약되거나 보험료가 납입된 건에 대해서는 계약을 취소하거나 무효처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의 청약과 보험회사의 승낙이라는 당사자 간 의사가 합치되면 성립되는 낙성계약이다. 현행 약관에 따르면 승낙 전이라도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초회보험료를 받은 시점부터 보장이 개시된다.
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는 "초회보험료를 받은 시점부터 보장이 개시된다고 명시한 현행 약관 등을 고려하면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보장에 대한 책임이 개시됐는데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최혜원 보험전문 변호사도 "상법에서는 초회보험료를 낸 시점 이후부터 보험자의 책임이 개시된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청약서를 작성했고 초회보험료까지 납입했다면 보험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대해상 관계자는 "현재 계약자가 청약 단계까지 진행했거나 보험료를 납입한 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도 "충분히 설계되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일일이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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