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생명, 삼성화재 경쟁력 베끼자...‘설계매니저 확대’
GA채널서 제3보험 경쟁력 강화, 영업·설계 분담...효율성 극대화
보험상품 수시 변경에 설계사가 다뤄야 할 상품도 대폭 증가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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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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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삼성화재 등 손보사의 전략을 카피, 제3보험 시장을 늘리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상품 설계를 전담하는 설계매니저 조직을 확대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 영업과 설계의 분담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는 동시에 법인보험판매대리점(GA) 채널 확장에도 힘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암보험·건강보험 등 제3보험 점유율 확대를 위해 설계매니저 조직을 구축 중이다. 지금까지 삼성생명 소속 설계메니저는 약 70명. 삼성화재 등 손해보험사와 비교해 적은 숫자다. 하지만 업계 1위 삼성생명이 설계매니저를 확대한다는 사실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설계매니저는 일선에서 영업하는 보험설계사의 설계 업무를 대행하거나 지원하는 보조인력을 말한다. 통상 보험사 직영 대리점이나 법인보험대리점(GA) 등에 파견돼 설계사가 고객 정보를 전달하면 적합한 자사 상품을 추천·설계해주는 업무를 맡는다.
삼성생명은 지난 상반기 영업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우량 GA 인수 또는 지분 투자, 제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고수해 온 전속설계사 위주의 영업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 설계매니저 확대도 이와 맞물려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수많은 고객을 상담·관리해야 하는 설계사가 세밀한 부분까지 상품설계에 신경 쓰기란 쉽지 않다. 특히 최근 보험상품은 수시로 바뀐다. 이에 보험사가 설계 전담 인력을 배치해 업무를 분담해준다면 설계사는 업무 편의성이 높아진다. 기존 한 건을 판매할 때 두 건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보험사는 수십개의 경쟁사 상품 중에서 설계매니저 확보로 자사 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설계매니저 활용에서는 생·손보사 간 차이가 확연하다. 현재 800여명의 설계매니저를 보유한 삼성화재를 필두로 대형 손보사들은 400~700명의 설계매니저를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생보사들은 설계 지원 업무를 교육매니저가 겸하거나 설계매니저가 있더라도 그 수가 매우 적다.
이러한 업권 간 차이는 주력 상품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통상 손해보험 상품은 건강보험을 비롯해 화재·시설·자동차·배상책임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룬다. 주계약 하나에 수백개의 특약이 붙는 경우도 많다. 또 최근 GA의 확대로 인해 손보사들은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상품을 변경하기도 한다. 이에 전문 설계 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반면 생보사는 종신보험이 주력상품이었다. 종신보험은 특약보다 주계약인 사망보험금 위주로 설계된다. 이에 판매자인 설계사가 직접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상품의 판매컨셉을 잡아야 한다. 이에 설계매니저의 필요성이 높지 않았다.
또 종신보험 위주로 마케팅을 진행하니 상품 자체의 설계보다 설계사 교육이 더 중요했다. 설계사가 어떻게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는가에 따라 가입 유무가 결정되기 때문. 같은 종신보험임에도 고객에 따라 사망보장, 상속보장, 목돈마련 등 필요성이 달라지는 것도 설계사의 중요성을 더욱 키웠다.
한 대형 GA 임원은 "손보사와 달리 생보사들은 자사 교육에 집중하는 경향이 컸다"며 "생보사로서는 설계매니저를 GA에 파견할 경우 전속설계사의 이탈도 크게 우려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GA의 위상이 커지면서 생보사 분위기도 바뀌는 추세다. 특히 삼성생명이 설계매니저를 확대하는 것의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생명이 제3보험 시장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늘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른 시일 내에 한화·교보생명 등 경쟁사들도 설계매니저를 확대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편, 삼성생명 이외의 생보사 중 설계매니저 확충 계획이 있는 곳은 미래에셋생명뿐이었다. 동양생명, 흥국생명 등은 아직 설계매니저 확충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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