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협생명 단기납종신보험 수술대에...‘과도한 선납 금지’

금감원, 사실상 일시납 구조 편법설계 지적...'상품 재개정 방침'

김승동 승인 2023.09.04 10:24 | 최종 수정 2023.09.04 15:10 의견 0

NH농협생명의 단기납종신보험이 수술대에 올랐다. 과도한 선납을 적용, 사실상 일시납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생명보험협회를 통해 12개월까지만 선납이 가능하도록 상품을 만들라고 권고했다. 이에 농협생명은 해당 상품을 재개정한다는 방침이다.

4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이달 개정한 종신보험에서 최대 83개월 선납이 가능하도록 했다. 상품 개정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19일 고시한 감독행정작용이 배경이다.

감독행정은 금융당국 직권으로 법령 등을 지키도록 필요한 지침을 제시하는 행위다. 금융당국은 ‘불합리한 상품개발·판매 관련 유의사항’을 고시하며 단기납 종신보험이 저축성보험으로 오인 판매되지 않도록 상품을 설계하라고 지도했다.

금감원은 지난 7월 19일 5년·7년납 등 납입기간이 10년 이내인 단기납 종신보험의 납입완료 시점 해지환급률이 100% 이하가 되도록 상품을 설계하라는 내용의 감독행정작용을 안내했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보험사들은 가입 후 10년 이내일 경우 환급률이 100%를 초과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농협생명은 선납을 활용하는 꼼수로 환급금을 높였다. 농협생명은 기존 최대 59회(개월) 가능한 선납을 83회까지 가능하도록 변경한 것. 이를 통해 10년 시점 해지환급률이 마이초이스NH종신보험 ▲5년납 117.5% ▲7년납 115.8% 투스텝NH종신보험 ▲5년납 118.1% ▲7년납 119.4%까지 불어나도록 했다.

하지만 과도한 선납은 사실상 일시납 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선납은 가입 당시 보험료를 거의 전액 납입하는 방식이기 때문. 업계에서는 이런 과도한 선납을 ‘전기간 선납’이라고 일컫는다.

특히 금감원은 저·무해지환급형 상품에 과도한 선납을 할 경우 상품 구조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저·무해지환급형 구조는 납입기간에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이 적은 대신 납입이 끝나면 환급금이 대폭 증가하는 구조다. 대신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중간에 해지하는 사람의 보험료 일부를 만기까지 유지하는 가입자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전기간 선납은 중간에 해지할 필요가 없다. 전기간 선납은 해지율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 금감원의 시각이다.

NH농협생명 마이초이스NH종신보험 사업방법서 갈무리


농협생명의 7년 납입 종신보험은 83회(6년11개월)의 선납이 가능하다. 초회보험료와 함께 최대 선납을 하면 가입할 때만 보험료를 납입하면 된다. 이는 전기간 선납이며, 사실상 일시납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도한 선납은 사실상 일시납상품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며 “월납과 일시납 상품은 사업비 구조가 달라 이 같은 구조는 보험 프라이싱에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한 선납을 적용한 상품은 최대 12회까지만 가능하도록 상품을 재개정하라고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금감원의 권고에 따라 선납 기간을 줄이는 쪽으로 상품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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