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내장 이어 녹내장 수술도 보험금 못줘...현대해상 "직접치료 아니다"

보험 약관은 '각각의 질환은 각각 보험금 지급해야'
현실은 "직접치료 목적이 아닌 부수적 효과일뿐"

김승동 승인 2023.03.02 07:38 의견 0

# A씨는 지난 2022년 11월 및 12월에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학교병원에서 한쪽씩 안구 수술을 진행했다. 안과 전문의는 백내장과 녹내장이 동반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 백내장과 녹내장 수술을 동시 집도했다. 수술 후 A씨는 가입해둔 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현대해상은 백내장 수술은 인정하지만 녹내장 수술은 인정하지 않아 수술 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했다.

백내장에 이어 녹내장 수술 보험금이 도마에 올랐다. 노화에 따라 발생하는 대표적인 안질환인 백내장과 녹내장은 각각의 질환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발생하는 부위가 같아 두 질환이 동반 발생하기도 한다. 백내장을 동반한 녹내장 수술을 진행할 경우 각각의 질환으로 보고 보험금을 각각 지급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금융당국은 각각 지급하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대해상 등 일부 보험사는 직접치료 목적의 수술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최근 A씨에게 녹내장 수술보험금 부지급 통보를 했다. A씨는 건강보험 중 하나인 퍼펙트플러스종합보험에 가입했다. 해당 상품 약관은 ‘22대특정질병’으로 확진 받고 직접치료 목적으로 수술할 경우, 수술 1회당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된 상품이다.


백내장은 수정체 혼탁이 발생,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수술 치료가 원칙이다. 녹내장은 시신경 손상으로 시력 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할 경우 실명에 이르게 된다. 약물치료를 하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전문의는 두 질환의 진행 과정과 치료법이 상이하다고 조언한다. 별개의 질환이라는 의미다. 다만 백내장과 녹내장이 동반 진행된 환자의 경우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 각각 수술하는 것보다 환부에 충격을 적게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험금이다.

해당 상품의 약관은 ‘직접치료 목적의 수술의 경우 수술 1회당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수술을 할 때마다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며, 각기 다른 질병인 백내장과 녹내장의 경우 보험금도 각각 지급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현대해상은 백내장과 관련해서 보험금은 지급했지만 녹내장은 수술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내용을 A씨에게 통보했다. 사유는 ‘직접적인 치료 목적’이 아니라는 것.

이에 A씨는 주치의 소견서를 받아 제출했다. 소견서에는 직접적인 치료를 위한 수술이었다는 내용으로 작성한 안과전문의의 의견이 기술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현대해상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문제는 A씨가 다른 보험사의 비슷한 상품에도 가입되어 있었던 것. B보험사는 현대해상과 달리 백내장과 녹내장 수술보험금을 각각 지급했다.

보험금 지급 유무를 판단하는 전문가인 손해사정인은 약관에서 명시한 것처럼 두 질병 각각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원칙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 손해사정인은 “같은 환부에 발생한 질환이라도 의학적으로 별개의 질병이라면 보험금을 각각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질병코드가 다르면 각기 다른 수술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금융감독원에도 질의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손해사정인과 비슷한 의견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관에 명시한 것처럼 각각의 질병으로 수술한 것이라면 각각 수술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원칙”이라며 “현대해상의 부지급통보서에 명시한 것처럼 직접치료 목적 여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해상의 입장은 단호했다.

현대해상 보상과 관계자는 “녹내장 치료를 위한 수술이었다는 주치의 소견은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보상과 판단으로는 (직접치료 목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부지급 통보서에 기술했다. 백내장만 직접적인 치료 목적의 수술이며, 녹내장 수술은 백내장 수술로 인한 부수적인 효과라는 의미다.

현대해상 본사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내부 지급기준에서 정한 녹내장 관련 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A씨는 수정체유화술 등 일부 치료를 받은 것은 확인된다”면서도 “이는 녹내장을 직접적으로 수술하기 위한 치료행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금 부지급과 관련 의료자문과 민원 등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약관에는 녹내장의 직접치료 여부를 판단하는 치료법이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다. 이 경우 통상적으로 ‘작성자불이익원칙’을 적용, 약관을 작성한 보험사가 불리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게 법조인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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