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이 매각을 위한 경영에서 벗어나 생존을 위한 정상화 작업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반복된 매각 실패로 누적된 조직 내 피로도와 악화된 재무구조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김병철 수석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신규 경영진이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배주주인 산업은행과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협의를 진행 중이다. 증자 규모가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구체적인 금액과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추진 시점은 산업은행 차기 회장 선임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이달 초 임기가 만료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후임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KDB생명 사장 선임은 그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형식상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거치지만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한다.
산업은행은 지난 3월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로부터 KDB생명 지분을 인수하며 지배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지난 10년간 매각을 전제로 한 경영에도 사실상 종지부가 찍혔다는 평가다.
현재 임승태 사장은 임기 만료 후 유임된 상태다. 김병철 수석부사장이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김 수석부사장은 영업 채널 관리와 판매력 강화에 강점을 지닌 ‘영업통’으로 평가받는다. KDB생명 직전에는 푸본현대생명에서 영업 부문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산업은행 역시 이 같은 경력을 높이 평가해 수석부사장 자리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에는 경영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김 수석부사장에게도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KDB생명의 자본총계는 -134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급여력비율(K-ICS)도 경과조치를 제외하면 40.6%에 불과해 영업 개선만으로는 재무건전성 회복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김 수석부사장도 자본 확충에 더해 수수료 체계 개편, 보장성 중심의 신상품 확대 등 전반적인 구조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단기 실적을 부풀리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내실 경영에 방점을 찍을 것이란 관측이다.
조직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KDB생명의 임직원 수는 2020년 말 701명에서 2024년 말 521명으로 감소했다. 매각 장기화에 따른 핵심 인력 이탈도 누적됐다. 김 수석부사장은 최근 인력 보강에 나서며 보험계리사 출신의 정진택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했다. 정 CFO는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정비와 금리 리스크 완화 등을 통한 손익 구조 개선의 한 축을 맡을 전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이 오랜 매각 국면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정상화의 기초를 다지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과거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출신들이 이끌던 시절과 달리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 합류하면서 체질 변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했다. 이어 “이제는 ‘어떻게 보일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