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손해보험, 흥국생명·화재 등 중소형 보험사들이 보험개발원의 통합 계리결산 시스템 ‘ARK(Agile·Reliable·Keen)’를 보완하기 위한 자체 계리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핵심 계리 업무에서 각사 고유의 전략과 특성을 신속히 반영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ARK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응해 보험개발원과 9개 생명·손해보험사가 2019년부터 공동으로 개발한 통합 계리결산 시스템이다. IFRS17 결산시 다양한 기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짐에 따라 ARK를 보완하기 위한 새소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손해보험은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재무영향분석 시스템 도입을 위한 제안서를 접수받았다. 지난 5월엔 흥국화재가 프로핏(Prophet) 모델 고도화 사업 입찰을 공고했고, 앞서 2월엔 흥국생명이 부채 현금흐름 산출 모델 구축 사업을 추진했다.

[사진=언스플래시]

이들 보험사는 계리결산 외에 다앙한 기능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목적이란 설명이다. 흥국생명과 NH농협손보 관계자는 “손익 분석이나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산출, 재무전략 수립 등 새로운 기능에 대한 니즈가 생기면서 이를 보완할 시스템이 필요해졌다”고 밝혔다.

ARK는 계리결산에 필수적인 기능을 통합해 제공하고 입력 자료를 표준화해 여러 보험사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유지관리 비용을 공동 분담해 개별 보험사의 부담을 줄인 것도 특징이다.

다만 다양한 기능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ARK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계리 전문가는 “ARK는 정적인 계약 데이터와 단일 시점 기반의 산출 구조를 갖고 있어 민감도 분석이나 핵심성과지표(KPI) 예측 등의 작업은 사실상 어렵다”며 “꾸준히 증가하는 시나리오 기반 시뮬레이션 분석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기도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계리 전문가도 “ARK는 계리결산에 특화된 시스템이어서 손익 분석이나 경영 전략 수립에까지 활용하면 시스템이 지나치게 무거워질 수 있다”며 “중소형사들이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사업계획 수립, 검증, 시나리오 분석 등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기능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ARK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계리결산 분야에서 ARK의 입지가 탄탄한데다 중소형사로선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

한 보험업계 고위관계자는 “계리결산용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건 중소형사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자체 시스템 구축 시도는 ARK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닌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오히려 ARK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한 다른 중소형 보험사 사이에선 ARK 도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