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 상품 문제 있네’...한화생명, 새해 첫 전략상품 재해보험 ‘도마 위’

[보험 답을 찾다] 경상 교통사고에도 무조건 경찰 불러야...행정력 낭비 불가피
교통사고사실확인원 없이 청구할 경우 보상 제외...대규모 민원 발생 우려

김승동 승인 2023.01.10 14:35 | 최종 수정 2023.01.12 10:41 의견 0

[편집자]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가격순, 판매량순, 검색랭킹순 등으로 상품이 나열됩니다. 사용 후 리뷰도 있죠. 금융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연합회는 금리순으로 예·적금을, 금융투자협회는 수익률순으로 펀드를 비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그런데 보험은 이런 비교 서비스가 없습니다. 뉴스포트는 보험소비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보험비교·분석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한화생명이 올해 첫 상품으로 야심차게 출시한 재해보험이 도마에 올랐다. 손해보험사와 경쟁하기 위해 출시한 전략상품이지만 핵심 담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생명은 요율을 반영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손보업계의 판단은 다르다. 소액 보험금을 받기 위해 경상사고에도 무조건 경찰 행정력을 동원,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023년 첫 상품으로 ‘넘버원 재해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손보사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제3보험(생명·손해보험 모두 판매 가능) 시장을 겨냥, 제3보험 중에서도 최근 확대되고 있는 손보사 운전자보험 시장 진출을 위한 상품이다.

핵심 담보는 ‘교통사고부상지원특약’(교부상)다. 교통사고로 다쳤을 때 경상(2주 이하 진단) 30만원, 중상(3주 이상 진단) 6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운전자보험의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자부상)와 사실상 같다. 자부상도 경상(부상급수 12~14등급)에 3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 재해보험은 손보사가 집중하고 있는 운전자보험 시장을 뺏어오겠다는 전략 상품”이라고 해석하며 “이에 핵심 담보 역시 손보의 자부상과 비슷한 교부상”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 넘버원 재해보험 약관 일부 갈무리


손보업계는 한화생명 교부상 담보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통사고 후 보험금 청구시 경찰서에서 발급하는 ‘교통사고 사실확인원’이 필수서류이기 때문이다. 손보사 자부상은 ‘교통사고 사실확인원’ 또는 ‘자동차보험 보상처리확인서’ 중 한 가지 서류만 제출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과 다른 점이다.

경상사고의 경우 보험사에 사고접수를 한 후 종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경찰까지 부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한화생명 상품 가입자는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반드시 경찰에 사고접수를 해야 한다. 경찰의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사고경위를 조사 받기 위해 가해자·피해자 모두 한번 이상 경찰서에 방문해야 한다. 30만원의 소액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상대방의 시간까지 뺏어야 한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보험 상품 관련 문제도 있다. 교부상은 손보사의 자부상과 동일한 반면 보험금을 받기 위한 필수서류는 경찰의 ‘교통사고 사실확인원’ 한 가지로 제한되어 있다. 지급조건을 제안한 것이며 사실상 보장을 축소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동일 담보지만 지급조건을 까다롭게 할 경우 요율에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자동차보험 보상처리확인서를 볼 수 없다는 점은 해당 상품을 개발 단계에서 요율에 반영되어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즉 손보사의 자부상과 비슷하지만 지급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보험료가 더 저렴하게 개발되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보험약관까지 꼼꼼하게 읽고 가입하는 가입자는 많지 않다. 영업 현장에서는 경상사고도 30만원 보상, 운전자보험 동시 가입시 60만원 보상 등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원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경상사고 발생시 무조건 경찰에 신고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가입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있겠냐”며 “실제 교통사고시 행정력 낭비와 함께 민원도 폭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생보사들이 비슷한 상품을 출시할 경우 행정력 낭비, 민원 증가 등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교부상은 이 상품 특약 중 하나다. 이에 교부상 특약만 가입할 수 없고 주계약과 함께 가입해야 한다. 이에 실제 보험료는 손보사 운전자보험보다 비싸진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뉴스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