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파장]①금융당국, 신건전성제도 적용해도...“MG손보 부실 심각”

K-ICS 적용해도 부실 여전...금리상승해도 건전성 악화 가능

김승동 승인 2022.05.13 15:50 | 최종 수정 2022.05.17 16:24 의견 0

금융당국이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자 MG손보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죠. MG손보는 소비자 피해가 없을 정도로 보험금 지급능력이 충분하다 반격했지만, 금융당국은 다시 항고하며 맞대응했습니다. 이번 MG손보 파장이 향후 건전성 규제는 물론 보험계약이전제도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네요. 뉴스포트는 MG손보로부터 발생할 파장에 대해 현미경을 대봤습니다.

금융당국은 MG손해보험이 가입자에게 충분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행 건전성 기준(RBC)은 물론이며 오는 2023년 도입 예정인 새로운 건전성 기준(K-ICS)을 살펴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입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법원이 인용한 부실금융기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즉시 항고로 대응했다는 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일 금융위원회가 MG손보에 내린 부실금융기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죠.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3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것을 완벽히 뒤집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재 MG손보의 대주주는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입니다.

JC파트너스는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 5300억원의 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죠. 또 오는 2023년 도입 예정인 새로운 건전성 기준인 K-ICS도 금융당국 기준을 상회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참고로 LAT는 RBC에서 K-ICS로 바뀌는 과도기에 도입한 건전성평가 방법이죠. K-ICS가 도입되면 LAT는 더 이상 쓰이지 않습니다.

법원은 ‘대주주의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있을 수 있다며 JC파트너스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즉 곧 사라질 건전성 기준을 적용한 것이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금융위의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법원이 무력화 한 것은 처음이죠.


◆ MG손보, K-ICS 건전성 문제 없다...‘부실기관 지정은 무리’

우선 MG손보가 주장했고, 법원이 인정한 내용을 살펴보죠.

현재 보험사의 건전성 기준은 RBC입니다. 내년인 2023년에는 이 건전성 기준이 K-ICS로 변경되죠. RBC와 K-ICS의 가장 큰 차이는 보험부채의 평가 방식입니다. RBC는 원가로 평가하는 반면 K-ICS는 시가로 평가하죠. 즉 시중금리 변동에 따라 RBC는 보험부채가 변하지 않는 반면 K-ICS는 변동합니다. 참고로 자산은 RBC나 K-ICS 모두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자산-부채 평가 방식과 시중금리에 따라 RBC 제도에서는 보험사의 건전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중금리(국고채 10년물 기준)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상승 곡선이 더 가팔라졌죠.

RBC 기준으로 평가하면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건전성이 급감하게 됩니다. 원가평가한 보험부채는 그대로인 반면 시가평가하는 보험자산은 대폭 감소한 탓이죠. 금리가 높아지면 부실화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원가평가하는 부채는 그대로인 반면 시가평가하는 자산평가액 감소폭이 커지는 탓이죠.

반면 새로운 건전성 기준인 K-ICS를 적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자산-부채 모두 시가평가하기 때문이죠. 자산-부채가 동일하다 가정하면, 시중금리가 아무리 출렁여도 자산-부채 규모가 함께 움직입니다. 다시 말해 자산이 줄어드는 만큼 부채도 감소합니다. 이에 건전성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죠.

JC파트너스가 주장한 것은 K-ICS에서는 시중금리가 오를수록 보험자산과 함께 보험부채의 평가액도 줄어든다는 거죠. 이 때문에 건전성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다는 것입니다. 즉 금리가 올랐다는 이유로 부실화 될 수 없다는 얘기죠.

MG손보의 지난해 RBC비율은 88.28%로 전년(2020년) 128.38% 대비 40.10%p 줄었죠. 같은 기간 시중금리는 1.68%에서 2.19%로 0.51%p 상승했죠. 금융당국은 RBC 100% 미만이면 적기시정조치를 지시할 수 있죠. 자산부채실사 결과 청산가치가 음수일 때는 부실금융기관 지정도 가능하죠.

부실금융기관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청산가치를 산출해야 합니다. 청산가치는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것이죠. 현행 제도(RBC)에서는 원가평가한 부채에서 급격히 줄어든 자산(시가평가)을 뺐기 때문에 부채가 더 커 보였고, 이에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는 거죠. 심지어 현행 제도는 불과 8개월 후면 사라질 것인데 현 시점에서 적용은 무리가 있다는 거죠.


◆ 금융당국, K-ICS 적용해도 ‘부실 여전’

금융당국이 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는지, 아울러 보험전문가들은 K-ICS 적용 후에도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지 살펴보죠.

K-ICS는 부채를 모두 시가평가하는 게 원칙입니다. 다만 킥스가 도입되더라도 해약환급금에 대해서는 원가평가 방식을 유지합니다. 해약환급금은 보험가입자가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돈이기 때문이죠. 이에 금리변동에 따라 평가액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K-ICS 적용에도 원가평가하는 배경이죠.

2023년 K-ICS를 적용한다 해도 금리변동에 따라 원가평가한 해약환급금과 시가평가한 부채가 달라질 수 있는 거죠. 지금처럼 금리가 상승하면 해약환급금보다 시가평가한 보험부채가 줄어들게 됩니다. 원가부채 대비 시가부채가 적어지는 거예요. 실제 현재 상당수의 손해보험사와 일부 생명보험사에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원가부채 대비 시가부채가 적어지면, 그 차액을 자본으로 인정합니다. 이런 개념 때문에 K-ICS에서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오히려 건전성 비율이 좋아진다고 해왔던 것인데요.

전문가들이 판단하기에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원가부채 대비 시가부채가 적어지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보험사는 금리변동 시기에 대규모 자산을 확보할 수 있고, 이렇게 생긴 여유자금을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죠.

즉 보험사는 금리상승 시기에 자산을 매각해 대규모 이익과 함께 고배당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후 시중금리가 다시 하락 반전하면 부실화 될 수 있지만, 이미 해당 임원이나 CEO는 회사를 떠나 책임을 지우기 힘들겠죠. 이익 시점과 책임 시점에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 시중금리 상승...K-ICS에서도 건전성 악화 가능

현재 K-ICS에서는 '이익 시점과 책임 시점의 시차 발생'에 대해 안전장치를 걸어놨습니다.

원가부채 대비 시가부채의 차액인 해약환급금부족분상당액(해약환급금-시가평가한 보험부채)을 가용자본에서 차감해 보완자본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보완자본은 요구자본 규모의 50%까지만 인정하죠. 이에 금리상승 시기에 발생한 대규모 이익을 처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 건전성을 측정할 때 가용자본이 분자가 되고 요구자본이 분모가 됩니다. 가용자본은 손실흡수 정도에 따라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구분되죠.

최근 시중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해약환급금부족분상당액의 규모가 대폭 증가했습니다. 그래서 예기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죠. 보완자본 규모가 한도(가용자본의 50%)를 넘어가는 결과가 나온 겁니다. 시중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면 K-ICS의 건전성 비율이 오히려 악화가 되는 상황이 벌어진 거죠.

어려운 개념이니 비유해볼까요?

크기가 다른 두 컵이 있다고 가정하죠. 파란컵(기본자본)은 100㎖고 빨간컵(보완자본)은 50㎖입니다. 파란컵에는 물이 꽉 차 있고, 빨간컵은 반 정도 차 있습니다. 파란컵을 기울여(금리 상승) 빨간컵에 붓는다고 하죠. 어느 정도 이상 기울이면 빨간컵(보완자본) 수위는 높아질 것이며 이내 넘쳐버릴 것(가용자본의 50% 초과)입니다. 그럼 양쪽 컵에 있던 물의 총량(가용자본)은 줄어들게 되겠죠. 현재 시중금리가 급등해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어! 잠깐! 이상한 점 발견하셨나요?

앞서 K-ICS를 적용하면, ‘시중금리가 오를수록 보험자산과 함께 보험부채의 평가액도 줄어들기 때문에 건전성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다’. 이에 ‘금리가 올랐다는 이유로 부실화 될 수 없다’고 MG손보가 주장했다 했죠. 그렇다면 시중금리 상승 추세인 현재 K-ICS를 적용하면, MG손보의 건전성은 양호한 편이 될까요?

◆ 법원, 무리하게 가처분 인용...문제 확대 될 것

MG손보, 그리고 새로운 건전성 제도인 K-ICS에 대해 더 분석할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인 저도, 독자도 지칠 때가 지난 것 같네요. 다시 세부적인 분석을 약속하며 결말을 내어 볼까요?

법원은 현행 법규(제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조만간 법이 바뀐다고 판단의 기준이 달라지면 안 되겠죠. 기준은 명확해야 합니다. 그런데 법원은 MG손보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그 기준을 정확하게 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즉 현재 건전성 기준이 RBC이니 RBC에 맞춰 판단했어야 한다는 거죠.

지금까지도 K-ICS는 확정되지 않았죠. 금융당국은 금리상승이 각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영향 분석 후 새로운 제도(K-ICS)에 적용하겠죠. 현행 제도가 바뀔 것이라는 배경이 법원 판단 영향을 미쳤다면, 이 역시 문제가 있죠.

마지막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많죠. 법리판단의 전문가는 새로운 건전성 제도인 K-ICS에 대해 세부적인 것까지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금융위도 즉각적으로 항고를 한 것이겠죠.

금융위의 항고로 다시 한번 법원의 판단을 받으려면 2년 내외의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기간 동안 MG손보 경영 상황이 더욱 악화 되어도 금융당국은 손댈 방법이 없죠. 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애꿎은 소비자의 피해가 확대될 수 있으며 결국 공적자금 투입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다음 편에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이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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