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팔지 말랬는데"...DB손보, 운전자보험 절판 마케팅

성명주 승인 2022.05.11 17:13 | 최종 수정 2022.05.12 09:57 의견 0

# A씨는 DB손해보험 설계사로부터 운전자보험을 추가로 가입하라는 권유 메시지를 받았다. 곧 가족동승자부상치료비(가부상) 담보의 신규 가입이 제한된다는 것. 설계사는 거리두기 완화 및 여름을 앞두고 여행이 많아질 것이니 판매 중단 전에 서둘러 가입하라고 설득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판매 중지를 권고한 운전자보험을 DB손보가 절판마케팅하고 있어 도마에 올랐다. 해당 상품은 구조적에 문제가 있는 데다 모럴리스크(도덕적 해이)까지 우려된다고 지적받은 상품이다. 이에 업계는 DB손보가 무리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인 10일 손해보험협회 및 손해보험사 관계자를 소집하고 가부상 담보의 모럴리스크 및 상품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해당 상품을 판매한 손보사에 판매중지를 강하게 권고한 동시에 판매중지 이슈가 절판마케팅에 활용되지 않도록 하라고 경고했다.

[사진=금융감독원]


해당 상품을 판매한 손보사 대부분은 13일 판매를 중단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이처럼 서둘러 판매 중지를 결정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금감원의 권고에도 실제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데는 통상 1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상품 관련 전산시스템 반영 및 대체상품 준비 등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이 이례적으로 판매 중지 권고를 즉시 수용한 것은 금감원이 절판마케팅이 진행되지 않도록 경고한 것이 배경이다. 금감원은 상품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손해보험의 이득금지원칙을 위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높은 보상금액을 노리고 고의사고를 유발하는 등 모럴리스크도 심각하다고 꼬집었기 때문이다.

DB손보도 상품판매 중단을 서둘러 결정했다. 하지만 뒤에서는 슬그머니 절판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DB손보가 영업조직에 안내한 자료에는 ‘보복여행’을 키워드로 ‘나들이 가부상’ 가입을 설명하고 있다. 코로나 거리두기 완화로 많아지는 가족여행에 필수 상품이라는 것. 게다가 남성 2만원, 여성 1만원대 저렴한 보험료도 강조하고 있다.

가부상은 기존 자동차부상치료비(자부상)에서 보상범위(대상)를 가족으로 넓힌 담보다.

자부상은 교통사고시 발생한 상해등급(1~14등급)에 따라 가입자 본인에게만 보험금을 지급한다. 반면 가부상은 운전자보험 가입자 본인 이외에 자동차에 함께 타고 있는 가족까지 보상 대상을 확대했다.

가령 1등급 500만원, 14등급 20만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다. 만약 운전자 본인만 보상받는 자부상이고 상해 급수가 14등급이면 20만원의 보험금만 받는다.

반면 가부상으로 가입하고 함께 탄 가족 중 상해 1등급이 있다면, 모든 가족이 전부 5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가족이 5명 타고 있다면 최대 2500만원(500만원×5명)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가장 많이 다친 가족의 상해등급을 동승자에게 모두 적용하는 것. 이에 실제 피해금액을 초과하는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상해 14등급은 사지의 단순타박이나 관절 염좌 등을 의미한다. 상해 1등급은 척추손상 등 심각하게 다친 것을 뜻한다. 상해등급이 올라갈수록 받을 수 있는 보험금도 많아진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관련 위험성이 높고 초과이득이 가능한 이 상품을 절판마케팅으로 활용하면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문제를 지적해 판매중단을 검토하는 상품을 절판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해당 내용의 진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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