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전방위 점검에 나섰다. 영업·재무 TF를 동시에 가동, 경영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최근 불거진 동양생명 외형 포장 의혹과 함께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지난달부터 ‘재무진단 TF’와 ‘영업경쟁력강화 TF’를 함께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무진단 TF는 문희창 동양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영업경쟁력강화 TF는 곽희필 ABL생명 대표가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TF 가동 기간은 약 3개월로 알려졌다.

[사진=각 사]

문 CFO는 전 안진회계법인 전무 출신으로 재무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 곽 대표는 보험영업 전문가로 직전까지 신한라이프 자회사 법인보험대리점(GA)인 신한금융플러스를 이끌었다.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진단과 컨설팅을 진행하는 셈이다.

이번 TF 운영은 우리금융이 두 회사를 인수할 당시 서류상 수치와 실제 경영 상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건전성 진단을 병행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급락하면서 재무 건전성 점검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회사 내부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인수 과정에서 직접 실사를 하지 못하고 서류 심사만으로 경영 상태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에서도 당시 서류 보고 내용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직접 확인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다자보험그룹과 두 회사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SPA 체결 직후인 지난해 9월 말 동양생명의 킥스비율은 160.3%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127.2%로 무려 33.1%p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ABL생명은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 152.5%에서 168.0%로 오히려 상승했다.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도 113.1%에서 104.6%로 하락에 그쳐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앞서 보험사 매물 시장에서는 ABL생명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 동양생명과 패키지로 매각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실적 공개 이후 동양생명이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외형을 과대 포장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내부적으로도 경영 실태에 대한 정밀 검증 필요성이 커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TF에 양사 합병 가능성에 대한 검토도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양생명의 과대 포장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금융이 ABL생명을 재매각하게 되면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이미지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한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인수 초기에는 우리금융이 두 회사를 함께 인수한 뒤 ABL생명을 매각할 것이란 이야기가 돌았지만 최근에는 합병이 더 현실적인 방안으로 주목받는 분위기”라며 “동양생명의 과대 포장 논란이 불거지면서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동양생명만으로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내세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TF 진행 상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양사 관계자는 “진행 중인 TF와 관련해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관계자 역시 “세부 사항은 양사에 직접 문의하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