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의 ‘스캔들 제로’ 기조가 잇따른 내부 사고로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자산신탁, 신한은행 등 주요 계열사에서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그룹 차원의 윤리경영과 내부통제 강화 노력의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남부지방법원(2025고단319)은 투기성 거래로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회계 손익까지 조작한 전 신한투자증권 직원 2명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이들 직원의 거래로 인해 약 1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판결에서 실제 피해액은 그 배가 넘는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23년 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투기성 거래로 약 17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회사 자금 1조2200억원으로 코스피200 선물을 매수했지만 지난해 8월 코스피가 하루 만에 8.8% 급락하면서 1289억원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했다. 당초 손실 규모가 축소돼 알려졌던 것은 이들이 허위 스왑 계약을 체결해 수익이 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하고 손실을 은폐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최근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서도 사고가 이어졌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 4월 직원들의 금품 수수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고, 임직원들의 미신고 주식거래 정황도 드러났다. 이들 직원은 회사에 자기 명의 계좌를 신고하지 않거나 분기별 매매 내역을 보고하지 않는 등 금융투자상품 매매제한 규정을 위반했다.
금융투자회사 직원은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할 때 반드시 본인 명의의 단일 계좌만 사용해하고 이를 사전에 회사에 신고해야 한다. 거래 내역도 분기마다 회사에 보고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신한자산신탁도 금융위원회에 사전 신고 없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자산관리회사(AMC)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적발됐다.
신한은행도 올해 들어 이미 두 차례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지난 2월에는 대규모 대출 사기 사건으로 약 2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3월에는 자체 감사에서 한 직원이 3년간 17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에는 서울 소재 한 지점에서 창구 직원이 고객이 입금하려던 고액 현금 다발에서 일부를 빼돌리다 적발됐다. 횡령액이 소액이라 금융사고 공시 대상은 아니지만, 은행은 해당 직원을 면직 처리하고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다. 지점별 시재 보유 한도를 낮추고 권종을 제한하는 등 내부 지침을 강화했음에도 사고가 재발하면서 우려를 키우는 모양새다.
이 같은 사고들이 이어지면서 신한금융이 강조해온 ‘스캔들 제로’ 기조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캔들 제로’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핵심 경영 방침으로 내세운 원칙이다. 윤리경영과 내부통제를 철저히 해 금융인으로서 부정·비위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다만 잇따른 사고로 해당 원칙의 실효성과 진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내부통제 등 필요한 대응은 그룹 내 각 계열사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시스템과 관련 교육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계열사 관계자도 “어떤 금융사도 ‘스캔들 제로’를 완벽히 실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그룹 차원에서 높은 이상을 내세운 만큼 자정 작용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