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순서
[ALM 논란]➀ “ALM 관리 못하면 장기보험 팔지 말라”…금감원, 보험업계에 강력 규제 예고
[ALM 논란]② CSM-ALM 딜레마에 빠진 보험사
[ALM 논란]③ 사면초가 보험사...금융당국 건전성 규제 속도조절할까


새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시중금리가 하락하자 건전성이 취약한 보험사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ALM(부채-자산종합관리) 관련 강력한 규제까지 도입 예정이자 일부 보험사는 판매전략까지 다시 수립해야 할 정도의 사면초가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업계는 건전성 규제의 속도 조절을 촉구하고 있다.

◆ 건전성 하락 원인...시중금리 탓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보험사의 킥스(K-ICS) 비율은 197.9%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06.6% 대비 8.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영업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금리 하락 여파로 가용자본 증가폭보다 요구자본 증가폭이 더 컸던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킥스는 보험사가 계약 이행이나 각종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가용자본은 보험금 지급 등에 활용 가능한 자금이며, 요구자본은 보험사가 판매한 계약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자본이다.

이미지=쳇GPT


2023년 3.5%까지 올랐던 기준금리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2.5% 수준이다. 업계는 당분간 기준금리 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중금리도 낮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긴 보험사는 할인율 하락으로 인해 부채가 급증하면서 킥스 비율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관련 기사: [ALM 논란]➀ “ALM 관리 못하면 장기보험 팔지 말라”…금감원, 보험업계에 강력 규제 예고]

다시 말해 시중금리가 지속 하락 추세를 보인다면, 보험사가 장사를 잘 해도 킥스비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금융당국, 건전성 규제 잇따라 완화

금융당국은 최근 잇단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놓고 있다.

후순위채 상환 조건은 기존 킥스비율 150% 이상에서 130% 이상으로 낮췄고,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 요건도 190%에서 170%로 완화했다. 이 같은 조치는 보험사의 유동성 확보를 돕고, 자본 여력을 확보해 킥스비율 방어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보험부채에 적용하는 할인율 산정 제도 역시 개편 일정이 조정됐다. 당초 오는 2027년까지 최종관찰만기(LoT)를 기존 20년에서 30년으로 확대하려던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을 철회하고, 2026년에는 LoT 26년, 2027년에는 LoT 30년으로 두 단계에 걸쳐 확대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LoT가 길어지면 장기구간에 더 낮은 시장금리가 적용되면서 보험부채의 현재가치는 증가하게 된다. 이는 킥스비율을 낮추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보험업계는 제도 도입 시기를 늦춘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은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도입할 방안이다. 기존에는 해당 규제를 먼저 도입한 주요 국가의 사례를 참고해 50% 수준을 예상했다. 하지만 30%로 도입 후 점진적으로 높여나가는 복안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 보험사 "여전히 버거워"

시중금리 하락에 따라 금융당국이 이처럼 규제를 완화 하고 있음에도 보험사는 여전히 버거운 상화이라고 입을 모은다. CSM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보험을 많이 판매해야 하는데, 이 경우 부채가 더 증가하고 부채 증가는 다시 금리리스크를 키우는 탓이다.[관련 기사: CSM-ALM 딜레마에 빠진 보험사]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는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장기보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상품 판매와 시중금리 하락에 따른 ALM관리 두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실토했다.

이어 “향후 보험금 지급이 문제가 없을 정도로만 건전성 관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면서 “건전성을 위해 과도한 자본을 쌓아야 하는 건 경영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