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KB라이프의 연금보험 판매가 급증한 이면에 보험설계사의 대규모 셀프가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나온다. 차익거래를 노렸다는 시각이다.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에선 KB라이프가 차익거래 구조를 인지하고도 사실상 방조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KB라이프는 GA채널에서 '100세 만족 연금보험' 판매를 통해 약 130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약 3분의1이 삼성금융파트너스에서 판매되는 등 일부 GA를 중심으로 집중 판매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KB라이프]
한 GA업계 관계자는 "KB라이프가 지난달 GA채널 실적의 약 20%를 이 상품 하나에서 거둔 것으로 안다"며 "설계사 본인 계약에도 시책을 인정한 것이 실적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이라고 짚었다.
100세 만족 연금보험은 지난 2023년 10월 상품이 개정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KB라이프는 장기유지보너스를 신설해 해약환급률을 높이고 설계사 수당과 시책도 강화했다. 이 같은 조건은 고객과 설계사 모두의 호응을 얻었다.
상품 개정 직후 10여일 만에 약 2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흥행 대박' 평가를 받았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연금보험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란 평가다.
문제는 최근 설계사 본인 계약도 시책을 인정, '차익거래' 상품으로 이용된 것. 차익거래는 설계사가 받는 수당과 해약환급금의 합이 납입보험료를 초과할 경우 그 차익을 노리고 해지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달 특히 판매가 급증한 건 100세 만족 연금보험 '연금강화형' 상품이다. 기본형 대비 중도 환급률을 낮췄지만 여전히 3년 시점 해약환급률이 86.1%(40세 남자·60세 만기·전기납·100세 보증형 기준)에 달한다. 지난달 KB라이프는 해당 상품에 월초보험료의 400% 시책을 지급했다.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설계사에 돌아가는 총 수당은 약 700%에 이른다.
가령 설계사가 본인 명의로 이 상품에 가입해 월 100만원씩 3년간 총 3600만원을 납입하면 3년 뒤 해지시 3100만원(86.1%)의 환급금을 돌려받는다. 여기에 본인이 받은 시책과 수수료 700만원을 더하면 200만원 가까운 차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최근 적금이자는 연 2.5% 내외. KB라이프 상품에 투자하면 연 5%에 달하는 이자를 수령하게 되는 셈이다. 적금 대비 매력적인 수익을 걷을 수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3년 납입 후 2년간 대체납입을 진행한 뒤 5년 시점에 해지하면 더 높은 환급률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변형된 영업 방식도 공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설계사는 법이 허용하는 수준을 넘어선 특별이익을 고객에게 제안하며 판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익거래 우려가 확산되자 KB라이프는 지난달 중순까지 예정했던 설계사 본인 계약에 대한 시책 인정을 그보다 며칠 앞서 중단했다. 이달부터는 시책도 기존 400%에서 300%로 낮췄다.
GA업계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KB라이프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본인계약에 시책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상품 구조상 차익거래 유인이 명확했는데 보험사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꼬집었다.
다른 GA 대표는 "차익거래 여지가 있게 설계한 보험사 측에 항의했고 설계사들에도 해당 상품 판매를 자제하도록 안내했다"면서 "일부 GA의 과도한 판촉으로 인해 영업에 차질이 생길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KB라이프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환수 회차를 30회차로 확대했다"며 "기본형 대비 중도환급률이 낮으면서 연금 지급액은 높은 연금강화형 상품 중심으로 판매해 차익거래를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고객의 보험계약 유지율과 회사의 건전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