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사망탈퇴 특약 실태조사에 대해 생명보험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10년 넘게 특약 개발과 운영을 인정해오던 당국이 돌연 조사에 나선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사망탈퇴 특약 설계가 제한된 손해보험사의 입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는 전날 '사망탈퇴 특약 관련 생명보험업계 입장'을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최근 금감원이 사망탈퇴 특약이 보험업감독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주요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실태조사에 나선 데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사진=금융감독원]

사망탈퇴 특약은 사망을 보장하지 않는 특약으로 보험기간 중 가입자가 사망하면 적립금 지급 없이 자동으로 계약이 소멸된다. 가령 암진단금 특약 가입자가 암 진단 전에 사망하면 적립금 없이 계약이 소멸되는 방식이다. 그간 생명보험사들은 적립금을 미지급하는 대신 보험료를 낮춘 사망탈퇴 특약을 판매해왔다.

현행 보험업감독규정 제7-63조(제3보험의 보험상품설계 등)에 따르면 제3보험 상품설계시 약관상 보장하지 않는 원인으로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계약자적립액과 미경과보험료 등을 지급하고 계약이 소멸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금감원은 생보사들의 사망탈퇴 특약이 이 규정을 위반했는지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보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약관에 적립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한데다 적립금을 지급하는 상품보다 보험료도 낮게 설계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지=가입설계서 갈무리]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사망탈퇴 특약 약관에 보험기간 중 사망시 적립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면서 "행정법인 보험업감독규정보다 상위법인 상법에 근거한 약관을 우선 적용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립금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료도 낮아 수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가입설계서에도 관련 내용이 안내돼 있어 소비자 피해로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도 "10년 넘게 문제 없이 운영해오던 상품을 이제 와서 실태조사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사망탈퇴 특약을 설계할 수 없는 손해보험업계가 보험료 경쟁력에서 밀리자 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는 사망탈퇴 특약을 설계할 수 없다. 손해보험은 실손보상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생명보험처럼 사망률을 기반으로 한 정액 보장 상품을 자유롭게 운영하기 어렵다. 대신 계약자 사망시 적립금을 반환하는 방식으로만 설계가 가능하다.

이번 이슈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특약들에 대해 실태 점검 중이다"면서도 "감독규정 위반 여부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