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못 받으면 바보" 태아보험 불법영업 배경은

수십만원어치 유모차·현금 지급해도 이익

여지훈 승인 2024.12.20 10:31 | 최종 수정 2024.12.20 10:39 의견 0

태아보험(어린이보험) 불법 영업의 근간엔 고마진 구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입자에게 수십만원어치 상당의 현금이나 사은품을 제공해도 1000%가 넘는 이익이 남는다는 설명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태아보험 불법영업의 근간엔 설계사로서 거두는 높은 마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의 수수료 및 시책 자료에 따르면 지점장급 설계사가 현대해상의 굿앤굿어린이종합보험(표준형 세만기형·20년납 기준)을 판매할 경우 받는 총 수수료는 월보험료의 850%를 넘는다. 초년도 익월수수료와 유지수수료, 2차년도 수수료를 포함한 수치다.

여기에 900%에 달하는 시책(성과수당)까지 포함하면 월보험료의 1800%에 달하는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시책 규모와 지급 시기는 회사와 시기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고마진이란 점에선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다.

[이미지=DALL·E]

한 대형 GA 관계자는 "월 보험료 10만원어치 태아보험을 판매할 경우 수수료와 시책을 합쳐 총 180만원 수당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며 "월보험료 5배에 달하는 현금(50만원)에 유모차 등 사은품을 제공하더라도 100만원가량이 남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규모가 작은 GA나 텔레마케팅(TM) 조직, 직책이 낮은 설계사라면 수당은 더 적어질 수 있다"면서도 "제공하는 리베이트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설계사로선 마진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GA 설계사는 "이미 태아보험은 유모차 시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사은품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이미 주위에서 고가의 사은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많은 사은품을 요구하는 고객도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린이보험 판매로 설계사가 마진을 남기더라도 계약이 정상 유지된 경우에만 그렇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열린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 중 하나로 보험 가입 권유시 상품 수수료율 정보를 소비자에 제공하고, 판매채널·상품군별 상세 수수료율 정보도 공시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해당 안건이 시행될 경우 불법 영업이 성행하는 태아보험에서 가입자의 부당한 리베이트 요구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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