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금계좌 허점 뚫렸다'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 속출
중고나라 거래 사기, 수일 만에 확인된 피해자만 90명
적금계좌 개설·해지 반복...알려진 계좌만 20개
적금계좌는 다수계좌 개설 제한 없는 점 노려
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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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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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에서 자유적금계좌의 허점을 악용, 수일만에 수십명의 사기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기범은 다수계좌 개설 제한이 없는 적금계좌의 특성을 악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알려진 적금계좌만 20여개에 달하면서 피해자 수가 지속해 확산될 것이란 관측이다.
28일 뉴스포트 취재에 따르면 국내 최대의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서 지난 23일부터 금일까지 약 90명의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당 피해액은 최대 수백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사건은 현재 다중피해 사건으로 확인,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범은 위조한 신분증으로 복수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사용했다. 공연 티켓, 노트북, 중고차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한 판매글을 게재한 후 피해자가 입금을 완료하면 해당 글을 삭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조작된 티켓 예매내역, 직거래 사진, 택배 송장 등을 보내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돈을 입금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기에 사용했다고 알려진 적금계좌만 20여개. 그 중 15개는 농협은행 계좌였다. 적금계좌의 개설이 쉽다는 맹점을 파고든 사기행각이란 지적이다. 현재 입출금 계좌는 20영업일 내 계좌개설 이력이 있다면 새로운 계좌 개설이 제한된다.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 금융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반면 적금계좌는 이런 다수 계좌 개설 제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며칠 전 피해자가 돈을 보냈다는 적금계좌로 입금을 시도했다. 소수 계좌를 제외하고는 모두 해지된 계좌라는 안내가 나왔다. 피해자들이 입금한 돈이 쌓이면 기존 계좌를 해지하고 새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이 반복된 것으로 추정됐다. 아직 해지되지 않은 계좌들은 여전히 사기행각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럼에도 피해자 확산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중고거래 사기로는 은행의 지급 정지 등 즉각적인 조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복수의 은행 관계자는 "전기통신 금융사기가 아닌 일반 매매 사기의 경우 지급 정지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악의적 목적으로 타인의 계좌를 신고하는 경우 되려 계좌 주인이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출금계좌가 아닌 적금계좌를 이용한 중고거래 사기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사기피해가 확인될 경우 자사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정보를 등록해 추가 피해를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사후 신고되는 사기 사건 특성상 복수의 계정과 계좌를 생성하는 경우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자유적금계좌를 악용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당시 금감원은 은행권 FDS 도입을 통해 중고사기 악용 계좌를 사전 탐지하고 물품대금 지급 정지 등을 추진함으로써 해당 범죄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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