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열렸지만 돈이 안 돼...손사 선임권 확대에도 "실효성 낮다"

오는 8월부터 '손사 선임권' 확대
건당 20만~30만원 선임보수, "비용 빼면 남는 것 없어"

여지훈 승인 2024.06.13 09:47 의견 0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의 손해사정사 선임 요청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더라도 적은 보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보험 소비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보험 가입자의 손해사정사 선임 요청을 보험사가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그간 실손의료보험에만 적용해온 '원칙상 동의'가 다른보험종목으로까지 확대된 것. 보험 가입자가 선임하려는 손해사정사가 금융위원회 선임 동의기준을 충족한다면 보험사는 선임 요청에 동의해야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손해사정업계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선임 보수의 상향 없이 법안 개정만으로는 시장 확대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보험사로부터 받는 건당 보수는 20만~3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근 20년간 유지돼온 금액이다. 물가상승률조차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

한 손해사정업계 관계자는 "가입자의 선임 요청에 응하더라도 선임 보수는 보험사로부터 받는다"면서 "20만~30만원의 건당 수당을 받기 위해 선임에 응할 손해사정사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교통비, 주차비, 증명서 발급 수수료 등 손해사정을 위해 사용되는 제반비용을 감안하면 들이는 시간과 노력 대비 보수가 지나치게 적다"고 말했다.

다른 독립 손해사정업체 관계자도 "보험사로부터 대량의 물량을 받는 위탁 손해사정업체와 달리 건별로 위탁받는 독립 손해사정사는 박리다매가 불가능하다"면서 "법 개정만으론 시장 확대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보험사, 위탁 손해사정업체는 물론 독립 손해사정사도 관심이 크지 않다"며 "구체적인 규준 마련 등 관련 논의도 수개월째 진전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독립 손해사정사 선임 전 '이것' 확인은 필수

가입자는 선임한 손해사정사가 금융위 선임동의 기준을 충족해야만 보험사로부터 선임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해당 손해사정사는 ▲금융위에 적법하게 등록돼 있을 것 ▲규정된 손해사정 교육을 이수했을 것 ▲손해배상보장예탁금을 예탁 또는 인허가보증보험에 가입했을 것 ▲선임동의와 관련해 보험협회가 마련한 보험사 표준동의기준에 부합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보험사가 선임한 손해사정사의 사정 결과에 가입자가 승복하지 아니한 때, 또 가입자가 보험사와 별도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하고자 할 때는 가입자 스스로 선임비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그간 실손의료보험에만 적용해오던 원칙상 동의가 인보험 등 다른 보험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라며 "이는 손해사정이 필요 없는 경우에까지 보험사가 선임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즉각적인 피해액 산정이 필요한 경우 등 선임까지 지체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일부 절차적인 보완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은 실손의료보험에 대해서만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의 손해사정사 선임 요청에 원칙적으로 동의해야 했다. 이에 실손의료보험과 다른 보험의 보험금이 함께 청구된 경우 대부분 보험사가 복합청구를 이유로 가입자의 손해사정사 선임 요청을 거절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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